증권거래세 놓고 당정 또 맞섰다…여당 “폐지” vs 정부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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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세 개편안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맞섰다. 기획재정부는 ‘유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폐지’를 주장한다. 주식 장기 투자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안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여당은 장기 투자자를 우대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정부는 필요 없다는 쪽이다.

주식 장기 투자 감면에도 이견 #국회 세법 개정 때 충돌 불가피

25일 기재부는 소액투자자에게 주식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내용의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주식을 사고팔 때 번 돈(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대신 거래할 때마다 붙는 증권거래세는 낮아진다. 정부는 0.25%인 증권거래세를 2022년 0.23%, 2023년 0.15% 단계적으로 인하할 뿐 폐지하진 않기로 했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재부 고광효 소득법인세정책관, 임재현 세제실장, 김문건 금융세제과장. 연합뉴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재부 고광효 소득법인세정책관, 임재현 세제실장, 김문건 금융세제과장. 연합뉴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주식양도세 전면 시행이 안 되는 상황(연 2000만원 비과세)에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과세 공평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며 “활용 가능한 최근 데이터를 활용해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바뀌면 어느 정도 세수가 들어올 것이라 추산하고 거기에 맞춰서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증권거래세 폐지 ‘카드’를 쉽게 꺼내들지 못하는 건 세금 수입(세수) 때문이다. 증권거래세는 주가가 오르든 말든 주식 거래가 일어나면 바로바로 걷히는 세금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주식 거래량도 따라 늘었고, 덕분에 증권거래세는 재정 당국에 세수 화수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정부가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을 소액투자자로 넓혔지만 증권거래세 세수를 충당할 수준은 아직 아니다. 정부는 2023년 주식양도세를 확대 시행하면 연간 2조1000억원 세금이 더 걷히겠다고 봤다. 지난해 걷힌 증권거래세 수입(4조9000억원)의 절반도 안 된다. 정부가 증권거래세 폐지를 선언하지 않는 이유다.

여당의 입장은 다르다. 정부가 이번 금융세제 개편안을 내놓을 때 폐지 방침을 밝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날 민주당은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세미나를 열어 맞불을 놨다. 증권거래세를 없애야 한다는 내용이 주였다.

세미나를 주관한 김병욱 민주당 의원(자본시장 활성화 특별위원장)은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확대하면서 증권거래세를 유지한다면 이중과세 문제가 생긴다”며 “돈의 흐름을 부동산 시장에서 자본시장으로 옮겨오려면 세제 지원이 중요한데,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한다고만 하고 폐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세 조정. 그래픽=신재민 기자

증권거래세 조정. 그래픽=신재민 기자

증권거래세 폐지는 지난 총선 때 민주당 공약이기도 하다. 세수를 우려해 유지를 주장하는 정부와 달리 여당은 ‘폐지 드라이브’를 걸었다.

민주당은 주식 장기 투자자에 대한 혜택이 없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날 발표된 기재부 안을 보면 양도세는 주식 보유 기간과 상관없이 2000만원 공제, 20~25% 세율로 일괄 매겨진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1년 미만, 1년 이상 보유자에게 주식양도세를 차등해서 매기긴 하지만 장기 투자자에 대한 혜택이 아닌, 단기 투자자에 대한 ‘벌칙’에 가깝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또 다른 주요국에는 없는 2000만원 공제(비과세) 제도가 있는 만큼 장기 투자자를 타깃으로 한 추가 혜택은 필요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병욱 의원은 “주식을 장기 보유한 투자자에 한해 일정 금액 소득공제를 추가하던가, 세율을 차등화하는 혜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나온 정부 안은 말 그대로 방안이다.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정부가 세법 개정안으로 발의해 국회 논의를 거쳐 의결해야 시행 가능하다. 정부와 여야 논의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 증권거래세 폐지 여부 등을 놓고 당정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비공개 정책조정회의에서 “증권거래세 축소 및 양도소득세 확대 관련해서 개미 투자자들의 불만을 확인해서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심새롬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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