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후유의증 전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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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고엽제 후유의증(疑症) 전우회가 국가보훈처의 허가를 받은 단체로 등록한 지 3년째 되는 날. 하지만 생일을 맞은 이 단체 양상규(梁尙奎.53.사진 오른쪽) 회장은 맥이 풀려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정작 자신들의 권익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정부나 정치권이 자신들을 외면한 채 여러 불평등한 상황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서 불구자가 됐다고 칩시다. 이런 사람들이 국가의 부름을 받아 전쟁터에서 싸우다 불치병에 걸린 우리들보다 혜택이 많은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

한 예로 장애인들은 고속도로를 나갈 경우 통행료의 50%에서 100%까지 감면되고 있지만 후유의증 환자들에게는 이런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항공료나 철도요금도 마찬가지. 그러다 보니 고엽제 후유의증 환자들이 일반 장애인 증명을 편법으로 발급받아 생활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는 것이 梁회장의 전언이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전우회측은 이날 행사에 민주당과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참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직개편을 앞두고 있어 곤란하다" 며 거절했고 당초 참석의사를 밝혔던 한나라당도 민주당이 불참한다고 하자 덩달아 "우리도 참석할 수 없다" 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한다.

현재 고엽제 피해자들은 '후유증 환자' 와 '후유의증 환자' 로 이원화돼 있다.

전자의 경우 국가유공자예우법에 의거해 그런대로 여러가지 지원을 받고 있지만 후자는 그렇지 못하다.

그나마 지원폭이 큰 후유증 환자는 4천여명에 불과하고 후유의증 환자들은 6만6천여명에 달한다.

정부가 고엽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후유의증 환자들이란 어정쩡한 지위를 부여한 것은 결국 예산문제라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정부는 고.중.경.약의 네등급으로 분류한 후유의증 환자들 중 약도 환자에게는 매달 약만 지급하고 나머지 환자들은 정도에 따라 월 20만~4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자연히 '의증' 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국가유공자예우법의 적용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오랜 숙원이다.

"더이상 고엽제 피해자들을 방치하면 나라의 근본이 무너집니다. 국가 위급상황에서 누가 자신을 바치려 하겠습니까. "

성대를 절단하는 바람에 목구멍에 엄지 손가락 하나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는 이형규(李亨揆.54.사진 왼쪽) 씨의 개탄이다.

한마디 할 때마다 목에서 '쉬익 쉬익' 바람 소리를 내는 李씨는 "많은 고엽제 전우들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다 죽은 다음에 명예회복에 나서면 무슨 소용입니까" 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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