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공의 힘 강화, 큰 정부보다는 좋은 정부가 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포스트코로나 대변혁이 온다 ③ 한국식 공공성 실험

신진욱 교수

신진욱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장기화로 인해 공공성(公共性)이라는 가치가 모든 사회 구성원의 생사가 달린 문제가 됐다. 공공성의 윤리적 핵심은 ‘함께 살기’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세워 달성하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험은 개개인의 선택과 능력,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에 내맡겨선 전혀 해결할 수 없다. 각 개인의 노력과 자원을 총화해야 모두 살 수 있다.

신진욱 교수가 말하는 공공성 방향 #방역 활동선 우수한 역량 발휘 #고용·소득·돌봄 등은 아직 미흡 #정부·민간 자율성 지키며 협력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코로나 위험이 사라진 후의 시대가 아니라 이 충격적 경험을 통해 각성하고 성찰한 후의 시대다. 그것은 또한 세계적인 위험이 반복해 도래할 게 틀림없는 불안한 미래이기도 하다. 감염병의 주기적 대유행,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재앙, 세계화된 경제위기 등이 계속 올 것이다. 그것에 대비하는 공공의 힘을 함께 키워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다.

무엇보다 공공 역량 강화를 미래 사회의 활력을 위한 투자로 삼아야 한다. 사회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공공의 인적·재정적·제도적 역량에 투자한 결실을 사회가 거둔다. 한국 정부는 이번에 방역 활동에서 우수한 행정 역량을 발휘했지만 공공의료와 고용·소득·돌봄 등 사회적 안전에서 국제적 표준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런 치명적 약점을 보완해야 장기적 위기에도 우리 사회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관련기사

그러나 무작정 ‘큰 정부’가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좋은 정부’와 ‘역동적 사회’가 선순환하는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사회에 대한 비합리적인 정치 개입은 없애고, 정부가 기업 지원, 노동기본권 보호, 보편적 사회보장에 고루 자원을 배분해 사회 전체가 활력을 갖게 도와야 한다. 그리고 사회는 공공의 재정과 정책 수행에 협조하고 힘을 실어줘야 그 결실이 사회로 환류된다.

나아가 정부와 민간이 공공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분업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때 민간에 대한 정부 지원과 민간의 공공적인 기여는 ‘상호성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민간이 공공적 기능을 분담하면 정부가 실질적인 보답을 하고, 민간이 정부 지원을 받을 때는 공공적 책임을 조건으로 달아야 한다. 민간에 희생만 강요하거나 국민의 세금으로 조건 없이 기업을 구제하면 안 된다. 공공과 민간의 협약을 구속력 있는 제도로 구체화해야 한다.

끝으로 중앙과 지역 간에도 결합형 협력 체제가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노력을 지원하고, 지자체들은 중앙에 참여함으로써 양쪽이 긴밀히 결합하는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광역·기초자치단체 간에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긍정적 파트너십의 힘을 경험했다는 것은 큰 성과다. 이 경험을 살려 한국형 다층 거버넌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하자.

‘국가의 시간’이 귀환했다고들 한다. 그러나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데서 국가와 사회, 정부와 민간, 중앙과 지방은 한쪽이 커지면 다른 쪽이 작아지는 대립 관계로 간주되면 안 된다. 각각의 자율성을 지켜주는 가운데 양자가 서로 힘을 주고, 의존하고, 결합하는 집을 지어야 한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중앙일보·정책기획위 공동기획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