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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또 투자실패…獨핀테크 회계 부정에 추락하는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

중앙일보

입력

손정의, 일본명 손마사요시는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굴지의 기업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돼 왔다. 중앙포토

손정의, 일본명 손마사요시는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굴지의 기업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돼 왔다. 중앙포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 실패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독일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Wirecard)다.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4월 1조원 이상 투자한 이 기업이 2조6000억원에 달하는 회계 부정을 저지르며 독일 금융업계와 당국을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공유 오피스 위워크(Wework)의 기업공개(IPO) 실패와 투자 철회에 대한 소송으로 홍역을 치른 지 두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소프트뱅크의 손실 폭은 올해 더 커질 전망이다.

추락하는 '투자의 귀재' 손정의 회장 #위워크 IPO 실패와 투자 철회 소송 #독일 최대 핀테크 기업 부정회계 인정 #T모바일 지분 매각, 25조원 회수 계획 #"투자 88개사 중 15곳 파산 가능성"

22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와이어카드는 이날 성명에서 “계좌에 있어야 할 현금 19억 유로(약 2조6000억원)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회계부정 연루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사라진 금액은 이 회사가 재무제표 상 보유한 현금의 4분의 1 규모다.1999년 설립된 와이어카드는 온라인 전자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핀테크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시가총액은 240억 유로(약 33조원)를 넘어 독일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를 뛰어넘기도 했다.

와이어카드주가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와이어카드주가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탄탄대로를 달리던 와이어카드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해 초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FT는 와이어카드 싱가포르 사무소가 위조 계약을 통해 수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1년 반 가까이 부인하던 와이어카드는 최근 회계 감사를 담당하던 언스트앤영을 통해 관련 조사를 진행했고,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언스트앤영은 19일 성명을 내고 “와이어카드 신탁계좌에 19억 유로가 빈다”며 “감사인을 속이기 위해 고의로 잔액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때만 해도 와이어카드는 “신뢰할 만한 필리핀 수탁자가 이 돈을 관리하고 있다”며 회계부정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의혹이 불거진지 사흘 만에 와이어카드 주가는 85% 폭락하며 15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단숨에 사라졌다.

문제는 소프트뱅크가 와이어카드의 회계 부정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에 이 회사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사태를 안일하게 본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4월 와이어카드에 약 9억 유로(1조 2000억원)를 투자했다. 전환사채(CB)를 통해 와이어카드 주식을 주당 130유로에 취득했다. 이 주식은 22일 기준 16유로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FT는 “와이어카드의 주가 폭락으로 소프트뱅크는 최소 수억 달러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고 전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운영하는 10조 엔(약 110조원) 규모의 투자펀드로, 2017년 5월 설립됐다.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중앙포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운영하는 10조 엔(약 110조원) 규모의 투자펀드로, 2017년 5월 설립됐다.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영난에 빠진 소프트뱅크는 궁여지책으로 돈 되는 건 뭐든지 팔아 부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 T모바일 지분의 65%에 달하는 1억9800만주를 매각하기로 했다. 금액상으로는 210억 달러(약 25조원)에 달한다.

장기적으로 손정의 회장은 총 4조5000억 엔(약 51조 원) 자산을 매각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 지분 매각도 포함됐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전 펀드가 투자한 88개사 중 15곳이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시장의 우려를 부추겼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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