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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하라고 불렀더니···환자 고문해 죽인 의사 10년만에 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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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AP=연합뉴스

시리아. AP=연합뉴스

구치소에 수감 중인 환자를 치료하라고 불렀는데, 오히려 수감자들을 폭행하고 고문해 사망에 이르게 한 시리아 의사가 독일에서 붙잡혔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은 독일 검찰이 시리아 출신의 알라 M을 반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 혐의로 19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알라 M은 2011년, 시리아 정보국이 운영하는 시리아 홈스 지역의 구치소에서 최소 2명의 수감자를 고문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구치소 측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그를 불렀으나, 그가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를 플라스틱 파이프로 수차례 폭행하고 환자가 쓰러진 뒤에도 계속해 발길질을 한 것으로 봤다.

그는 다음날 함께 불려온 다른 의사와 함께 또 다른 수감자를 폭행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피해자는 사망했고, 사인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피해자 유가족은 시신에 피투성이의 상처가 있었으며, 피해자 머리뼈에 구멍이 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 중순 시리아를 떠났고, 독일에서 의사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약 10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시리아에서는 지금껏 38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70만명 이상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독일은 시리아에서 발생한 전쟁 범죄도 ‘반인도적 범죄’ 혐의를 적용해 법정에서 심판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시리아 전직 정보 장교 안와르 라슬란과 에야드 알하리브가 포로를 고문한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섰다. 지난주에는 시리아인 7명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아래에서 일어난 구치소 내 강간·성폭력 사건을 고발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영국에 있는 시민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고문이나 구치소 내에서의 열악한 환경으로 최소 10만명이 사망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SOHR은 같은 기간 동안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나 반군이 운영하는 구치소에서도 수천 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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