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강한 가족] 폭염 속 두통은 온열 질환·냉방병 신호 … 예방 정답은 물·에어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열 받은 몸 다스리는 법

 올여름엔 유난히도 일찍 찾아온 무더위 탓에 야외에 조금만 머물러도 지치기 쉽다. 특히 이번 여름엔 폭염일수(하루 최고기온 33도 이상)가 지난해(13.3일)의 두 배에 가까운 20~25일로 관측되면서 건강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여름철에 많이 발병하는 질환이 ‘온도’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에어컨 온도는 바깥보다 5도↓ #목 마르면 끓인 물 식혀 마시고 #찬 음식 한꺼번에 과식 말아야

 그 대표적인 게 ‘온열 질환’이다. 온열 질환은 불볕더위에 몸이 장시간 노출될 때 체내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돕는 전해질이 땀을 통해 많이 소실되면서 나타난다. 증상의 경중에 따라 열 피로(열 탈진), 열경련, 열사병으로 나뉜다. 가장 가벼운 단계인 열 피로는 갈증이 심해지고 전신 쇠약감, 피로, 두통 등을 유발한다. 열 피로를 장시간 방치해 탈수가 심해지면 손발 저림, 근육 경련,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열경련이다. 온열 질환 중 가장 심한 단계가 열사병이다. 체온 조절 중추가 기능을 상실해 땀 배출 기능이 고장 난 경우 장시간 지나면  체온이 39.5도 이상 치솟아 의식을 잃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온열 질환을 예방하려면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고 이온 음료·물을 수시로 마셔 전해질과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양산·모자를 쓰거나 찬 물수건을 두르면 체온 상승을 막을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양혁준 교수는 “열 피로, 열경련 증상이 생기면 서둘러 서늘한 곳으로 옮겨 이온 음료나 물을 마시며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열사병이 발생했다면 환자를 시원한 곳에 눕힌 뒤 신속히 병원에 이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풍 잘되는 옷, 이온 음료도 도움

또 다른 의미로 여름철 무더위가 현대인에게 가져온 증상은 바로 ‘냉방병’이다. 냉방병은 에어컨과 함께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흔한 증상이 됐다. 우리 몸은 여름이 되고 날씨가 더워지면 외부 온도에 맞춰 적응하는 데 1~2주가 걸린다. 그런데 요즘처럼 냉방이 잘된 실내와 무더운 야외를 오가면 체온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 기능이 떨어져 냉방병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냉방병은 면역력 저하도 유발한다. 차움 면역증강클리닉 조성훈 교수는 “피부·점막의 온도가 떨어지면 피부·점막 속 면역 세포가 비활성화하는 데다 면역 세포의 이동 통로인 혈관·림프관마저 수축해 면역력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감기, 두통, 근육통, 권태감, 소화불량이 있다면 냉방병을 의심할 수 있다.

 몸이 적응하는 데 무리 없는 실내외 온도 차는 5도 내외다. 따라서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 온도를 바깥보다 5도가량만 낮추는 게 좋다. 바깥이 섭씨 26~27도일 땐 실내는 2도 낮게, 28~29도면 3도 낮게 설정하는 게 좋다. 바깥이 30도

일 때는 4도, 31~32도일 때는 5도, 33도 이상이면 6도를 낮추는 게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낮은 실내 공간에 있는 경우 카디건 같은 얇은 윗옷을 걸쳐 피부가 적정 체온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에어컨은 1시간 가동 후 30분간 가동을 멈추고, 가동 2∼4시간마다 5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한다. 냉방병 증상이 생기면 에어컨 사용을 중단하고 물을 충분히 마신 뒤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호전된다. 고열이 나거나 기침·근육통 같은 증상이 심하면 진료를 받도록 한다.

식은 음식은 세균·바이러스 온상

여름철 무더위를 쫓기 위해 냉면·팥빙수·아이스커피 같은 찬 음식을 즐겨 찾는다. 그런데 똑같은 찬 음식을 먹더라도 여름엔 설사 위험이 크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오 교수는 “여름철의 높은 온도·습도는 음식 속에 침투한 세균·바이러스가 빠르게 번식하는 최적의 환경”이라며 “이들이 이미 번식했을지 모르는 음식을 가열하지 않고 차갑게 해 먹으면 ‘감염성 설사’에 걸릴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가운 음식이 오염되지 않았더라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삼투성 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 차가운 자극이 소장 내 음식물의 소화·흡수력을 떨어뜨려 결국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이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대변이 묽어지는 경우다.

 삼투성 설사는 금식하거나 가벼운 식사만 유지해도 대개 1~2일 내로 멎는다. 만약 설사가 멎지 않는다면 감염성 설사를 의심할 수 있다. 설사 횟수가 많으면서 탈수·오심·구토증까지 유발한다면 수액 치료가 필요하다. 삼투성·감염성 설사를 막으려면 찬 음식은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는다. 찬물, 찬 음식을 섭취하고 싶다면 일단 끓인 후 식힌 뒤 마시는 게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