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핫라인'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을 털어놨다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백악관 회고록』에는 남·북·미 정상들의 만남 뒷얘기와 북한의 비핵화 협상 관련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는 23일(현지시간) 출간을 앞둔 볼턴 전 보좌관의 책에는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남·북·미 3국 정상이 만난 지난해 6월 30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오찬 당시 대화 내용이 기록돼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 즉석만남'으로 김 위원장과 만남을 앞두고 있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한국인들은 트럼프를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된 뒤로 한국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강연을 늘어놨다"고 책에 썼다.
책에 따르면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트위터를 통해 만나기로 합의한 것은 거대한 신호 같다"며 "아무도 김 위원장과 만나는 방법을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 '세기의 만남'이 성사되고, 이에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만이 아무도 만나는 방법을 모르는 김 위원장과 만나게 됐다며 우쭐해 했다는 내용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 말은 들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김 위원장과 핫라인을 개설했지만 그건 조선노동당 본부에 있고 김 위원장은 전혀 거기 간 적이 없다(never went there)고 고백했다(confessed)"고 볼턴은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 전화(핫라인)는 주말에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핫라인은 문 대통령의 여민관 집무실 책상 위에 있다.
남북 정상 핫라인은 2018년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통령 특사단이 북한과 합의한 성과 중 하나다. 2018년 4·27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실제로는 한 번도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9일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군이 가진 핫라인 등을 모두 폐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