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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하늘 기싸움…서로 핵무기 폭격기 상대 국경에 띄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일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영국 공군 공중급유기로부터 공중 급유를 받으며 대서양을 횡단해 비행했다. [미 공군]

18일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영국 공군 공중급유기로부터 공중 급유를 받으며 대서양을 횡단해 비행했다. [미 공군]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 폭격기가 동시에 상대국 국경으로 근접 비행하며 긴장을 높였다.

18일(현지시간) 미 공군의 B-2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러시아 국경 코앞까지 비행했다. 미 공군은 B-2 폭격기 편대가 본토 미주리주의 화이트 공군기지를 이륙한 뒤 대서양을 건너 비행했다고 밝혔다. 영국 공군의 KC-135 공중급유기가 출격해 공중급유에 나서 장거리 비행을 지원했다.

미 공군의 북극권 비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5일에도 노르웨이해 상공으로 B-2 폭격기 3대를 보냈고 공중급유를 받았다. 당시 첫 비행은 승무원의 지형 숙지를 목적으로 이뤄졌다. 이때 미 공군은 비행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18일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서 공개한 B-2 폭격기 비행 경로. 이날 B-2 폭격기는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노르웨이 영해까지 날아갔다. [에어크래프트 스폿]

18일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서 공개한 B-2 폭격기 비행 경로. 이날 B-2 폭격기는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노르웨이 영해까지 날아갔다. [에어크래프트 스폿]

이와 달리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은 18일 B-2 폭격기가 러시아와 인접한 노르웨이 영해로 날아가는 비행경로를 공개했다. 미 공군이 레이더 포착이 어려운 스텔스 폭격기의 위치 추적장치 견 것을 두고 러시아를 향해 공개적인 무력시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미 공군의 비행은 이틀 전 이뤄진 러시아 폭격기 비행의 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러시아 Tu-95 폭격기 4대는 북태평양 상공에서 11시간 동안 비행하며 미국의 영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러시아 폭격기가 영공식별구역에 진입했고, 미 공군에서는 F-22 스텔스 전투기가 대응 출격했다고 밝혔다. 미 공군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기는 올해 들어 8차례 미국과 캐나다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16일 러시아 Tu-95 폭격기가 미국 영공식별구역에 진입하자 미 공군 F-22 스텔스 폭격기가 대응 출격에 나서 근접 비행하고 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16일 러시아 Tu-95 폭격기가 미국 영공식별구역에 진입하자 미 공군 F-22 스텔스 폭격기가 대응 출격에 나서 근접 비행하고 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최근 미ㆍ러 간 공중 우세 싸움은 더욱 빈번하게 이뤄지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공군의 또 다른 전략폭격기 B-1B는 지난달 29일 대서양을 횡단해 러시아 국경 근처 흑해 상공을 비행했다. 이날 비행은 지난달 21일 미국이 비무장 공중 정찰을 허용한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에서 탈퇴한 뒤 이뤄진 첫 비행이다.

미국은 조약 파기 원인은 러시아에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가 모스크바와 남부 캅카스 지역과 칼리닌그라드 등에서의 관측 활동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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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러의 충돌은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화됐다. 러시아는 지난해 여름 고글란드 섬에 대형 수송 헬기가 내릴 수 있는 기지를 건설했다. 고글란드 섬은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사이 좁은 만 안에 위치해 스웨덴을 비롯한 북극권 국가로 수분 이내로 출격이 가능하다.

미 공군은 지난해 8월 B-2 폭격기를 영국에 전진 배치했고, 냉전 시대 소련 침공에 대비해 건설한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 공군기지도 다녀오며 혹한 지역 작전 능력을 점검했다.

최근 격화된 미ㆍ러의 긴장 국면은 북극해를 둘러싼 경쟁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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