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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못준다는 민주당, 예결위도 추경 차질 올까 미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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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박병석. [뉴시스]

박병석. [뉴시스]

176석 수퍼 여당은 1967년 이후 53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할까.

통합당 “법사위장 결코 포기 못해” #민주당 “인내의 끝이 왔다” 평행선 #오늘 원 구성 진도, 박 의장에 달려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의 처리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를 24시간 남긴 14일 오후 2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상황에서 국민을 살리기 위해 결단해야 할 때”라며 “내일 원 구성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국회의장의 과감성 있는 국회 운영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병석(사진) 국회의장은 지난 12일 본회의에서 “마지막 합의를 촉구하기 위해 3일의 시간을 드린다”고 했지만, 여야는 이날까지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 의장이 이미 “다음 주 15일 월요일에 본회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힌 데다 민주당이 “인내의 끝이 왔다”(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입장이어서 15일 상임위원장 선출이 진행될 전망이다.

관심은 15일에 몇 자리의 위원장을 뽑느냐다. 지난 12일 민주당은 통합당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포함한 7개 상임위원장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통합당은 의원총회에서 “법사위원장을 내준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거절했다. 그렇더라도 민주당으로선 18개 상임위원장 전부를 독차지하는 건 “의회 독재”(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란 비판 여론의 부담이 큰 만큼 일부 위원장 자리는 비워둘 가능성이 크다. 다만 비워두는 자리가 12일 제안 그대로일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고심하는 대목은 예결위원장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예결위원장 자리를 내어주면 ‘6말 통과 7초 집행’이라는 추경 일정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여전히 “17개 상임위원장을 다 내주더라도 법사위원장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국회가 되지 않도록 의회 조율자로 살아온 박 의장이 합의 노력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공은 박 의장으로 넘어갔다. 박 의장으로선 여야의 협상을 기다리며 국회 공전시키는 것도, ‘중립’을 포기한 채 단독 원 구성의 문을 열어주는 것도 모두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한 박 의장이 15일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논란의 핵심인 법사위원장만 선출한 뒤 추가 협상의 시간을 부여하는 방안, 민주당 요구대로 10~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안 정도다.

민주당의 원내 핵심 인사는 “어떤 방안도 야당의 거친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며 “상정 건수를 최소화해 중립성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을 취할지, ‘일하는 국회’를 위해 여러 상임위를 가동할지 선택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일각에선 “박 의장이 전반기엔 야당이 예결위원장을 맡고 후반기엔 법사위원장을 맡도록 하는 중재안을 낼 수 있다”(박수영 의원)는 얘기도 있으나 민주당에선 부정적이다.

임장혁·손국희·김홍범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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