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9살, 일기 써왔다···"학대정황 있다면 증거물 될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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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창녕경찰서로 들어가는 계부. 연합뉴스

13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창녕경찰서로 들어가는 계부. 연합뉴스

경남 창녕에서 계부와 친모에게서 잔혹하게 학대를 당한 9살 A양이 평소 일기를 써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학대 피해자 A양의 일기장을 확보해 학대 정황이 담겼는지 확인하고 있다. 아이가 적은 일기 내용에 따라 일기장이 증거물이 되고 계부 등의 혐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찰, 13일 계부 조사 때 일기장 존재확인 #압수수색해 주거지에서 일기장 수권 확보 #경찰,“학대정황 있으면 증거물될 수 있어”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13일 의붓딸을 학대한 혐의로 계부(35)를 체포한 후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A양이 일기를 써온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계부의 주거지에서 일기를 압수했다.

 A양은 일주일에 2~3일 정도 꾸준히 일기를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한 일기장은 여러 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일기장에 학대 사실을 입증할만한 내용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계부를 처벌하는 증거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수사사항이어서) 말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일기장에 학대 사실을 기록해놓았다면, 학대 증거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경찰서는 이날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상 상습확대, 특수상해 등)로 계부(35)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영장신청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학대에 도구가 사용됐다고 판단해 특수상해 혐의도 추가했다.

지난달 29일 발견된 당시 학대 피해 아동(오른쪽).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발견된 당시 학대 피해 아동(오른쪽). 연합뉴스

 계부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A양의 목을 쇠사슬로 묶거나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지고, 하루에 한 끼만 먹이는 등 상습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계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15일 창원지법 밀양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경찰은 의붓딸이 집에서 탈출한 지 16일만인 지난 13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계부를 연행한 뒤 창녕경찰서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약 9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벌였다. 연행될 당시 계부는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 채 고개를 푹 숙여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포토라인에서 “혐의를 인정하느냐” 는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계부는 이날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지난 4일 소환조사 때와 달리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경찰 조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말 죄송하다. 선처를 바란다”는 요지의 얘기도 경찰에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도가 심한 학대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앞서 계부의 집을 압수 수색을 해 쇠사슬과 프라이팬, 빨래 건조대 등 학대 혐의를 입증할 도구를 상당수 확보했다. 경찰은 A양의 진술 등을 근거로 이들 물품이 학대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계부의 범행 동기를 어느 정도 확인했지만,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양이 감금됐던 빌라의 테라스(오른쪽). 위성욱 기자

A양이 감금됐던 빌라의 테라스(오른쪽). 위성욱 기자

 계부와 함께 학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친모(27)는 정신건강 문제로 아직 조사를 받지 않았다. 친모는 지난 12일 응급입원했던 기관에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경남의 한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고 있다. 친모는 정밀 진단이 끝나면 2주가량 행정입원을 거쳐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A양은 지난달 29일 집에서 탈출해 잠옷 차림으로 창녕 한 도로를 뛰어가다 주민에게 발견됐다. 얼굴에 심한 멍 등이 있어 학대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A양은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지난 11일 건강이 회복돼 퇴원해 보호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

창녕=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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