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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민] 기업지배구조 전환, ICO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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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Economist Deconomy]  ICO(Initial Coin Offering, 최초 코인 공개)는 400여년 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자금조달과 유사하다. 1)불특정 다수 대상으로 장부에 통해 투자금액에 지분을 배정해 자본을 조달하는 공모(Public Offering) 방식, 2)불확실한 비즈니스 모델과 계획에 대한 투자의 수익과 리스크 수반, 3)장부에 기록하는 방식의 거래, 3)장부조작(동인도회사)과 해킹(이더리움 DAO) 위험, 4)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기술과 기법의 계약 및 조직의 탄생 등이다. (참조: [정순형]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vs 이더리움 https://joind.io/market/id/2329)

네덜란드 증권거래소에서 위와 같은 자금조달 방식으로 탄생한 동인도 회사는 대항해 시대에 무역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향유하고 위험을 분배하는 새로운 조직을 탄생시켰고, 자본주의가 시작된 계기가 됐다. 이와 같은 자금조달 방식은 4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인류의 대부분 기업을 조직ㆍ운영ㆍ청산하고, 사업기간 동안 발생하는 수익과 위험을 배분하며 원리로 작용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기업을 주식회사(Company limited by shares)라고 부른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이후 탄생한 주식회사는 19~20세기 지배적인 조직이며, 혁신적인 발명임에 틀림없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이전 시기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대규모 사업과 투자의 기회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주식회사가 성장하면서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해 노동 및 근로자들의 소득을 증가시켰다.

다만, 주식회사의 지배구조가 어떤 형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더 나은 성과가 창출되는가에 대한 논쟁이 있다. 주식회사의 지배구조는 1)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 2)이해관계자주의(stakeholderism)로 나뉜다.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주권주의, 이해관계자주의는 기업의 주인은 이해관계자(주주ㆍ채권자ㆍ직원ㆍ고객ㆍ협력사ㆍ지역사회 등) 모두라는 공동체주의에서 입각해 있다는 것이 핵심적인 차이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예를 들어 기업지배구조의 차이를 알아 보자. 주주자본주의에 따르면 동인도 회사의 주인은 주주에 국한되나, 이해관계자주의에 따르면 동인도 회사의 주인은 주주뿐만 아니라 선원 및 그 이상의 이해관계자들로 확장된다. 과연 네덜란드 회사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일까? 400여년 전 당시 동인도 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해 이렇게 심각하게 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당시에도 배의 선장은 누구로 해야 할지, 선원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품삯은 얼마나 해야 할지, 예상보다 긴 시간이나 비용이 들었을 경우 잉여수익 혹은 비용은 어떻게 배분ㆍ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매우 깊었을 것이다.

기업지배구조 논쟁은 20세기 들어 더욱 가열되었다.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며, 기업경영의 목표는 주주가치 극대화다. 반면 기업의 주인이 주주에 국한되지 않고, 채권자ㆍ직원ㆍ고객ㆍ협력사ㆍ지역사회 등으로 확산되는 이해관계자주의의 기업경영 목표는 주주가치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공통의 가치 극대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경제모델이 전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금 전세계 대다수 주식회사들의 기업지배구조는 주주자본주의가 절대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주주자본주의는 주주가치 극대화 목표, 지배구조 구성이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이해관계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지배구조는 여러 문제를 낳게 된다. 주주-경영진의 유착 및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국가ㆍ사회 등에 외부불경제를 낳게 하는 의사결정을 초래한다.

주주자본주의에 입각한 기업지배구조가 이해관계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을 때 장기적으로 해당기업의 경쟁력을 잃고 지속 가능하지 않을 위험도 커진다. 주주와 경영자들의 이익 외 관심이 없는 기업에 좋은 인력이 갈 리가 없다. 소비자들은 그러한 기업들을 외면할 것이다. 결국, 주주자본주의에 입각한 기업의 성과는 좋으나 나쁘나 골칫거리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주주자본주의에 치중돼 있는 기업지배구조를 어떻게 보완하고 개선할 것인가에 대해 수많은 이론가와 행동가들이 고민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쉽지 않다.

이제 네덜란드 동인사 회사와 함께 시작한 주주자본주의와 ICO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 보자. ICO는 공모(Public Offering), 비즈니스 기회와 위험의 분산, 지분의 변동을 장부에 기록, 새로운 경제와 조직의 출현이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그러나 400여년이 지난 지금 인류와 사회, 그리고 경제는 크게 번영하고 개선됐다. 인터넷(Internet)ㆍ디지털(Digital)ㆍ모빌리티(Mobility)ㆍ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ㆍ암호화폐(Crypto-Currency)ㆍ개인간네트워크(P2P Network)ㆍ스마트계약(Smart Contract) 등 기술과 인프라도 진보했다. ICO는 400여년 전 나타난 그 당시에 혁명적인 기업의 조직과 운영, 청산의 기본적 원리에 크게 진보된 기술과 지배구조를 적용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래의 기업조직과 지배구조의 전환에 필요한 원칙과 실험, 그리고 실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ICO의 본질적인 잠재력이 될 것이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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