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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방지 위한 상법 개정안 추진

중앙일보

입력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관련 개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관련 개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소수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상법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자회사 이사가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모회사 주주도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또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 반드시 1명 이상 분리 선임하도록 해 대주주 견제 기능도 강화된다.

법무부는 10일 다중대표소송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임, 감사 선임시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마련해 11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다중대표소송 도입은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를 방지할 수 있어 재벌 총수를 견제하는 방안 중 하나로 박상기 전 장관 당시부터 추진돼 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비상장회사 주식 전체의 100분의 1, 상장회사는 1만분의 1을 보유한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기업 측에서는 모회사와 자회사는 별개 법인이라는 이유로 해당 개정안이 법인 독립성을 무시하고 자회사 주주의 주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지난 2017년 모회사 주식 1주만 갖고 있어도 자회사(지분율 30% 이상) 임원에게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수만원짜리 주식으로 임원 천여명에 대해 소송이 가능하다”는 논란이 나오자 법무부가 이번엔 주식 보유 기준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존에는 이사를 먼저 선임한 후 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하도록 규정돼 있다. 감사위원이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의결권 제한 규정도 정비했다. 상장회사의 감사위원을 선임·해임할 때 최대주주는 특수 관계인 등을 합해 3%, 일반 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되도록 일원화했다.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를 활용해 감사 등을 선임하는 경우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로 완화될 전망이다. 현재는 출석주주 의결권 과반수에 발행주식 4분의 1 이상을 더해야 의결이 가능하다. 법무부는 배당 기준일 관련 규정을 개선해 주주총회가 3월 말에 집중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 공정경제 공약을 내걸었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언급했다. 상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 여러 건 제출됐지만 임기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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