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앞둔 중국 초등학생의 표정이 너무나 엄숙하고 진지하다. 마치 무슨 장엄한 의식을 치르듯 공손하게 모은 두 손으로 책 안의 내용을 담은 뒤 이내 머리로 가져가 들이붓는 행동을 반복한다.
중국 신화사(新華社)가 지난 2일 전한 구이저우(貴州)성의 성도(省都)인 구이양(貴陽)의 한 초등학교 교실 풍경이다. 국어 시간에 받아쓰기 시험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교실 안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책갈피를 넘기며 한자(漢字) 하나하나를 챙긴다.
한데 이 영상의 주인공은 두 손으로 책 안의 내용을 떠서 머릿속으로 붓기를 계속한다. 한자를 머릿속에 채우는 중이다. 너무나 경건한 모습에 중국 네티즌의 감탄이 쏟아진다. “누가 그 방법을 가르쳐줬나” “이 방법이 정말로 효과가 있다” 등 반응은 다양하다.
신화사는 사흘 뒤인 5일엔 산시(陝西)성 안캉(安康)시의 한 초등학교 수험장에서 벌어진 또 다른 풍경을 전했다. 수학 시험을 보는 중인데 한 학생의 행동이 수상하다. 선생님이 가까이 다가선 것도 모르는 이 학생은 사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수학 시험을 보는데 웬 사전 찾기?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 데 써야 할 한자가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한 네티즌은 이젠 자판으로 글자를 치는 세상이 되다 보니 직접 손으로 한자를 쓰려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한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그래도 이건 커닝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선생님의 선처가 있어야 한다고 학생 편을 든다. 중국 관영 신화사가 두 차례에 걸쳐 초등학생 수험 풍경을 전한 메시지는 어디에 있을까.
다음 한 네티즌의 말에 함축된듯하다. “모든 공부의 기초는 국어다”.
받아쓰기 시험 앞둔 한 학생 #한자 머리에 담으려 경건한 '의식' #수학 시험에 사전보다 걸린 학생도 #"자판 시대가 낳은 풍경"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