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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확산 우려 속 99일 만에 찾은 학교…"땀 나도 마스크 벗지 않겠다"

중앙일보

입력

4차 등교일인 8일 경기도 성남시 구미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4차 등교일인 8일 경기도 성남시 구미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빛나지 않아도 내 꿈을 응원해” “내 꿈은 더 단단해질 테니 다시 시작해”

8일 오전 8시 15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구미중학교. 교정에서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OST ‘시작’이라는 노래가 크게 울려 퍼졌다. 이날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첫 등교를 환영하는 의미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래 등교 개시일이던 3월 2일부터 등교가 다섯 차례 연기된 이후 99일 만에 교실을 찾았다.

구미중학교 학생회가 이날 처음 등교하는 1학년에게 장미꽃과 초콜릿을 주고 있다. 채혜선 기자

구미중학교 학생회가 이날 처음 등교하는 1학년에게 장미꽃과 초콜릿을 주고 있다. 채혜선 기자

구미중 학생회 학생 8명과 교사들은 중1 학생들이 교문을 통해 학교로 들어설 때마다 교복 위 명찰을 보고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며 “○○야 환영해” “교복 입은 모습이 참 예쁘다”라고 반갑게 인사했다. 코로나19로 초등학교 졸업식과 중학교 입학식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이들을 위해 학교 측에서는 장미꽃 한 송이와 초콜릿도 나눠줬다.

“더워요” 땀 흘리며 등교하는데 마스크는 어쩌나

구미중 1학년들이 교사 지도에 따라 언덕을 일렬로 올라가고 있다. 채혜선 기자

구미중 1학년들이 교사 지도에 따라 언덕을 일렬로 올라가고 있다. 채혜선 기자

오전 8시 30분쯤부터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몰리면서 학교는 분주해졌다. 지도에 나선 교사들은 “앞사람과 1m 이상 거리를 유지하세요” “일렬로 천천히 가세요”라고 곳곳에서 외쳤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앞사람과 간격을 유지하며 한줄로 학교 언덕을 걸어 올라갔다. 학교로 가는 길목엔 교사·학생 10명이 풍선과 ‘여러분 떨리죠? 선생님은 설레요!’ ‘눈부시게 아름다운 1학년의 첫 등교’ 등과 같은 말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이날 처음 등굣길에 오른 학생들 사이에서는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반응이 나왔다. 남학생 A군(14)은 “교복도 처음 입어봤고 첫 등교일이라 설렌다”며 “초등학교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학생 B양(14)은 “반년 만에 학교에 와서 설렌다”면서도 “코로나19에 걸릴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기온이 섭씨 26도를 기록한 탓인지 학교로 걸어오며 땀을 흘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은 “덥다”고 입을 모았지만,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한 여학생은 “땀도 나는데 마스크를 끼고 있어 불편하다”면서도 “그러나 방역 수칙을 꼭 지켜야 하니 마스크는 벗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복동 구미중학교 교장은 “학생들을 많이 기다렸다. 아이들이 있어야 학교가 산다”며 “코로나19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지만 방역 지침을 잘 지키며 안전한 학교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초5∼6·중1 마지막 4차 등교 

8일 구미중 1학년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8일 구미중 1학년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이날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 약 135만 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등교하면서 순차적 등교가 19일 만에 막을 내렸다. 앞서 지난달 20일 고3, 27일 고2·중3·초1∼2·유치원생, 이달 3일 고1·중2·초3∼4학년이 개학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을 분산하기 위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큰 수도권 유·초·중학교에 등교 인원을 전체 학생의 3분의 1, 고등학교는 3분의 2로 제한하는 밀집도 기준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한쪽에서는 ‘무늬만 개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수도권을 중심으로 산발적 감염이 잇따르면서 등교를 둘러싼 불안한 시선도 걷히지 않고 있다. 이날 경기도 지역 한 맘 카페에서는 “두려움에 잠을 못 잤다” “긴장된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성남=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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