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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부르니 그만"…대북 쌀 페트병 살포에 반기 든 접경지역 주민들

중앙일보

입력

선교단체 등이 북한으로 보낸 쌀 페트병이 다시 해변으로 돌아와 쌓여있다. [독자 제공]

선교단체 등이 북한으로 보낸 쌀 페트병이 다시 해변으로 돌아와 쌓여있다. [독자 제공]

탈북민 단체가 살포한 대북전단이 논란인 가운데 경기도 김포·강화 등 북한 접경지역 주민들이 전단 살포에 이어 쌀이 담긴 페트(PET)병을 북한으로 보내는 행위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8일 강화군 등에 따르면 선교단체 ‘순교자의 소리’는 지난 5일과 7일 쌀을 담은 페트병을 바다로 살포하기 위해 인천 강화군 삼산면을 찾았다. 이 단체는 수년간 쌀을 한 번에 페트병 약 500개에 담아 북한 쪽 방향으로 보내왔다.

그러나 이날 주민들은 페트병 살포를 반대하며 비포장길을 굴삭기로 가로막는 등 진입로를 차단했다. 이 길은 정식 도로가 아니고 갯벌이 유실되는 것을 막는 둑을 쌓으면서 생긴 공사로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에 현장에 배치됐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선교단체가 페트병 살포를 포기하면서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선교단체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성경과 쌀만 보내왔다”면서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활동을 알리는 편지만 전하고 왔다”고 설명했다.

"불안 부른다" VS "북한 정권 비난 아니다"

이런 가운데 8일 탈북민 단체 큰샘이 쌀이 든 페트병을 북한으로 살포할 것을 예고하면서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큰샘에 따르면 이 단체는 2016년부터 쌀을 페트병에 담아 월 2회 북한으로 보내왔다. 이 단체 관계자는 “북한이 ‘남측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묻힌 돈과 쌀을 풍선이나 플라스틱 통에 담아 보낸다’고 비방하지 않았냐”며 “페트병 안에 GPS 수신기를 넣어서 보낸 결과 물때만 맞으면 북한까지 가는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정권을 비난하는 것도 아닌데 왜 막으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최민기(61) 석모3리 이장은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이는 시기에 페트병 띄우기 등 행위는 주민들의 불안만 부른다”며 “바닷가로 돌아온 페트병이 쌓이거나 터지면서 환경오염도 심각하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7일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해변에 주민들이 세워놓은 굴삭기가 비포장길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해변에 주민들이 세워놓은 굴삭기가 비포장길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접경지역인 김포주민들도 성명서를 내고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령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북한과 접해있는 10개 지역의 시장·군수들은 통일부에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해 달라고 건의했다.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 이라 적힌 대북전단 50만장 등을 대형 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보냈다. 이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할 법을 만들거나 단속에 나서라고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번 달 25일 대북 전단 살포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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