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 속이는 OPEC+ 감산 합의…이라크 등 약속 안지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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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플러스(+) 왼쪽 로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깃발.

OPEC+. 플러스(+) 왼쪽 로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깃발.

 OPEC+(석유 수출 23개국 협의체)가 하루 970만 배럴 감산체제를 7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역사를 보면 감산 합의와 실제 이행은 별개였다. 산유국들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1990년대 OPEC이 사실상 무력화하기도 했다.

970만 배럴 감산 첫 달인 5월 약속 이행률은 77% 수준

비슷한 문제가 OPEC+ 체제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OPEC+가 올 4월 감산 합의가 5월에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 4개 나라가 약속을 가장 많이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전했다.

네 나라는 이라크와 나이지리아, 앙골라, 카자흐스탄이었다. 블룸버그는 “이라크가 약속을 가장 심하게 어겼다”고 전했다. 블룸버그가 최근 조사한 감산 첫달인 5월의 약속 이행률을 보면 이라크는 42% 수준이었다. 감산 약속 100만 배럴 가운데 42만 배럴만 줄인 셈이다.

네 나라를 뺀 OPEC+ 국가들이 약속을 잘 지킨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 서베이를 보면 약속 이행률은 전체적으로 77%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우디 등이 감산 쿼터보다 더 줄인 것을 고려하면, 합의를 지키지 않은 나라들이 상당수인 셈이다.

그 바람에 OPEC+를 이끄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970만 배럴 감산을 연장하기로 한 뒤에 엄포를 놓고 있다. “감산 연장 자체가 합의이행을 조건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행하지 않으면 다시 석유전쟁을시작할수도 있다는 으름장이다. 사우디는 한술 더 떠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나라에 배상을 요구하겠다”라고도 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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