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대장증상인지?

중앙일보

입력

Q : 35세의 남성 입니다.
학창시절부터 술과 담배를 즐겼고 술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꽤 잘 마시는 편 입니다. 저는 현재 싱가폴 지사에서 약 1년 4개월째 근무하고 있읍니다. 서울서 근무시 과음을한 다음날 오른쪽 아랫배(혁대 착용부분 아래)가 가끔 쿡쿡 쑤시고 아펐으나 화장실을(대부분 설사) 다녀오면 괜찮고 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읍니다. 한데 이곳 싱가폴 부임후 약 6개월 경과후 증상이 심각해졌는데 문제는 이곳에선 거의 술도 안마신다는 것입니다(2주일에 한번 정도). 특히 아침 출근길 및 일과가 끝난후 퇴근시 때로는 진땀이 날 정도로 쑤시고는 합니다.

공복에 담배가 해로운가 생각되어 끊어도 보았으나 몇일은 나아진 듯 하다가 다시 아퍼서 서울의 약사 친구에게 물었더니 과민성 대장증상 이라며 약을 보내줘 약 2달간 장기 복용도 하였읍니다. 지금은 초창기의 고통 보다는 조금 나아졌으나, 특히 업무에스트레스를 많아 받은후 퇴근시 증상이 심합니다(일정 주기로).
특히 공복시 자주 증상이 나타나며, 식사를 하면 사라지곤 하며,
또한 운동을 하면 씻은듯이 회복되곤 합니다. 도대체 무슨 병인지 음식, 날씨, 환경과 관계가 있는지 궁금증을 풀어 주세요.

A :증상은 과민성 대장염과 기능성위장염이 함께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두 질병은 현대사회에서 증가하는 대표적 질환으로 구조적인 이상이 없기 때문에 이런저런 검사상 뚜렷한 이상소견은 없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기능에 문제가 있어 속이 불편한 증상은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먼저 과민성 대장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특징적인 증상은 만성적으로 아랫배가 살살 아프면 변비.설사 등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때론 복통이 수술을 고려할 만큼 심할 경우도 있으나 변을 보면 복통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설사를 아침에 두세번 몰아 하기도 하고 변을 보고 나서도 시원하지 않거나 설사와함께 끈적끈적한 점액이 쏟아져 놀라서 병원에 오 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국내에선 소화기 내과를 찾는 환자의 20~30%가 이같은 과민성 대장염 환자입니다. 중년기에 많던 이 병이 최근엔 윤인씨보다 훨씬 젊은 청소년층에까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아마도 환자들의 대장이 정상인에
비해 외부자극에 매우 ''민감''하면서 장내 ''운동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특징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을 때 증상 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전문가라도 환자의 증상과 진찰소견반으로는 결핵,염증성 대장염,암등의 기질적인 이상이 있는 병들과 과민성대장염을 완전히 구별해내는 것은 어렵다고 합니다. .
따라서 한번쯤은 대변검사, 대장X-선검사등을 해 기질적인 질병이 없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권합니다.

과민성 대장염 치료는 본래 치료라기보다는 관리라는측면이 강합니다. 우선 과민성 대장염 증상은 오래 가고 그증상으로 인해 환자가 수시로 힘들어 할 수 있는 병이라는 점을 가족이 이해해줘야 합니다.
환자 본인도 과민성 대장증후군 자체가 ''진단명''이므로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으면 진단을 믿고 따라야 합니다.
윤인씨께 발씀드리고 싶은 점은 이 병은 수술 등이 필요한 심각한 질병이 아니고 식생활 개선을 통해 좋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시라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음식처방은 ''섬유소''입니다. 특히 섬유소중에서도 김치나 콩나물처럼 물이 들어가도 부피가 변하지 않는 섬유소보다 물과 섞이면 진한 암죽처럼 되는 겨,차전자피 등에서 정제된 섬유소가 더 좋습니다.
때로 대장의 수축작용을 억제시키는 약이나 신경안정제가 일시적도움을 주기도 하나 남용은 금물입니다.
과민성대장염환자는 과식,술,찬음식등을 먹으면 증상이 심해집니다.

다음으로 윤인씨께서 아마도 기능성위장장애가 같이 있지 않나 생각되는 증상이 바로 공복시 나타나는 복통입니다. 과민성 대장염만 있는 환자는 식사후 증상이 나빠지거든요.
기능성위장장애(일명 비궤양성 소화불량증)이란 검사에 나오지 않는 위장의 미세한 ''생리이상''으로 실제 궤양은 없으나 속이 쓰리고 아픈 궤양형, 소깅 그득하거나 구역질이 나는 기능성 운동장애, 트림이 자주 나거나 가습이 쓰린 증상이 있는 역류형의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병도 증상이 오랜기간 지속되면서 주변상황에 따라 증상이 나빠졌다 좋아졌다 합니다. 이 병 역시 검사상 정상임을 확인하기 위해 한번쯤은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내시경검상에서 만성위염이라는 말을 들으실 수도 있는데 만성 위염이란 일종의 위장 노화현상이브로 굳이 치료가 필요없으며 환자의 소화불량 증상과 무관하므로 특별히 신경쓰실 것은 없습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에게 윤인씨의 증상에 대한 처방약을 의논드린 결과 위및 장 내시경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면 우선 공복시 속이 쓰리실 땐 증상을 좋게 하기 위해 Ranitidine제제를 복용하시면 됩니다. 물론 증상이 없을 땐 복용하실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아랫배 아픈 증상에 대해선 장의 경련완화제인 Scopolamine butylbromide제제와 (모두 상표명이 아닌 성분명입니다)과 과민성 대장염 증상완화제로 흔히 사용되는 Mebeverine HCl,Pinaverium bromide 를 식후 1알씩 하루 3회 복용하실 것을 권합니다. 유산균제품을 섭취하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이런 처방은 윤인씨를 진찰 및 검사도 안한 상태에서 처방하는 것이지만 타국에 계신 관계로 병원가시기 힘들 것 같아 임시방편으로 처방해 드리는 것입니다. 한번 귀국하실 일이 있으시면 소화기내과 전문의에게 진찰과 검사로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하십시오.

스트레스가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하시고 기회닿는대로 여행을 다니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Q : 답변을 읽고보니 저의 증상을 더욱 정확히 알 수 있었읍니다. 추가로 몇가지 궁금한게 있어 다시 글을 올립니다.
1.알려주신 ''''섬유소''''란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을 말씀하신 것인지와 과민성 대장염에 않좋은 음식은 무엇인지 알려 주세요.
2.추천하신 완화제는 증상이 심할때 일시적인 해결안인지 장기적으로 치료를 가능케 해주는 것인지 궁금 합니다.
3.이곳이 적도지방인데 날씨와 관계는 없는지(아무래도 더운 지방에 있다보니 찬 음료를 많이 마시게 됩니다)
참고로 이곳 싱가폴은 대부분의 한국 교민들이 말 하기를 우선 의료수준이 한국에 비해 낙후 되었으며, 한국인의 체질을 잘 몰라 엉뚱한 진단으로 인하여 고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외국인에 대한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이곳 교민 대부분은 한국에 가서 치료를 하곤 합니다.
가능하면 귀국하여 검사를 받겠으나 그전에 식생활 개선을 우선 시작 했으면 합니다. 감사 합니다.
ps : 죄송하지만 가능하시면 상기증상에 좋은음식/나쁜음식을 구분하여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A : 질문하신 점에 대해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첫째,섬유소란 예컨데 고사리나 미나리등 채소나 과일을 먹을 때 씹고 나도 소화가 안되고 입안에 질기게 남는 물질입니다.
이런 섬유소가 많은 대표적인 채소는 오이,당근,무우 등입니다. 시판되는 약중에 변비약으로 팔리는 아락실,무타실산등이 섬유소 덩어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정확히 말해서 약이라고 할 수가 없지요.
과민성 대장염에 안좋은 음식은 대표적인 것이 앞서 말씀드린대로 찬음식과 술입니다. 에어컨 앞에서 찬바람을 쐬며 배가 아프실 수 있고 배를 따뜻하게 하면 복통이 가라앉는 환자가 많습니다.
둘째, 제가 말씀드린 약들은 모두 증상이 심할 때 일시적으로 먹는 대증약들입니다. 과민성대장염이라는 것이 원래 음식이나 환경에 대한 조건부 반응이므로 이런 반응자체를 어떤 약으로 일시적으로 없애주는 방법은 없습니다.
셋째, 더운날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독자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찬음료가 문제이므로 가급적 찬음료를 삼가하시는 수 밖에 없습니다.
반복해서 말씀드리면 좋은음식은 과일,야채등 채식이고 찬음식과 술이 나쁜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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