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숱한 ‘역대급’ 경제 지표를 쏟아내고 있다. 초유의 경제 위기에 정부는 올해 절반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세 차례에 걸쳐 59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여기에는 각종 경기 부양책과 함께 예상보다 덜 걷힐 세금을 메꾸기 위한 돈도 포함된다.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 뒤엔 대규모 ‘세수 펑크’가 도사리고 있다.
무슨 일
정부가 공개한 올해 3차 추경 정부 안에는 11조4000억원의 세입 경정이 포함됐다. 1차 추경(8000억원) 세입 경정을 더하면 12조2000억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 규모다. 세입 경정이 10조원을 넘긴 건 2009년(11조2000억원)과 2013년(12조원) 두 번뿐이다.
세입 경정은 왜 하나
세입 경정은 정부의 세금 수입 계획을 변경하는 일이다. 당초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힐 것이라고 보고 국채 발행을 통해 메꾼다. 정부는 이미 올해 계획한 사업을 기존 세금 수입 계획에 따라 짜놓았다. 그런데 세금이 생각보다 덜 걷히면 사업에 쓸 돈이 모자라게 된다. 꼭 써야 할 데 나랏돈을 못 쓸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19 여파로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 할 곳이 더 많아졌다. 정부가 미리 세수 부족분을 채우려 하는 이유다.
얼마나 덜 걷히기에
정부의 당초 올해 세수 예상은 292조원이었다. 하지만 1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291조2000억원, 3차 추경 때는 279조7000억원으로 확 줄었다. 12조3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난다는 얘기다. 특히 기업의 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법인세수 예상치는 추경 편성 이전 64조4000억원에서 58조5000억원으로 9.1% 줄었다.
정부 예상만큼 세금이 덜 걷히면 그나마 다행인데, 세수 펑크 규모는 더 늘어날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3차 추경 때 세수와 직결되는 올해 경상 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을 0.6%로 전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을 –1.2%로 예상했다. 올해 물가성장률은 0%를 갓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상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세수 부족분은 정부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게 중요한 이유
세금은 경기가 좋아야 잘 걷힌다.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져 경기 회복이 여의치 않게 되면 세수 펑크 규모는 불어나게 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세입 추경을 할 수도 없다. 나랏빚을 늘리는 일이어서다. 이미 올해 국가채무는 840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를 넘긴다는 게 정부 전망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대로라면 나라 살림 상태가 빠르게 나빠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걱정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근 학술대회에서 “향후 충분한 세입 확충이 없다면 일본처럼 슈퍼 채무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