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59조 추경 뒤 도사린 12조 세수 펑크, 韓곳간 괜찮나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역대 최대 35조3000억원 규모의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 관련 자료가 쌓여 있다. 뉴스1

정부가 역대 최대 35조3000억원 규모의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 관련 자료가 쌓여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숱한 ‘역대급’ 경제 지표를 쏟아내고 있다. 초유의 경제 위기에 정부는 올해 절반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세 차례에 걸쳐 59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여기에는 각종 경기 부양책과 함께 예상보다 덜 걷힐 세금을 메꾸기 위한 돈도 포함된다.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 뒤엔 대규모 ‘세수 펑크’가 도사리고 있다.

무슨 일

정부가 공개한 올해 3차 추경 정부 안에는 11조4000억원의 세입 경정이 포함됐다. 1차 추경(8000억원) 세입 경정을 더하면 12조2000억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 규모다. 세입 경정이 10조원을 넘긴 건 2009년(11조2000억원)과 2013년(12조원) 두 번뿐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세입 경정은 왜 하나

세입 경정은 정부의 세금 수입 계획을 변경하는 일이다. 당초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힐 것이라고 보고 국채 발행을 통해 메꾼다. 정부는 이미 올해 계획한 사업을 기존 세금 수입 계획에 따라 짜놓았다. 그런데 세금이 생각보다 덜 걷히면 사업에 쓸 돈이 모자라게 된다. 꼭 써야 할 데 나랏돈을 못 쓸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19 여파로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 할 곳이 더 많아졌다. 정부가 미리 세수 부족분을 채우려 하는 이유다.

얼마나 덜 걷히기에

정부의 당초 올해 세수 예상은 292조원이었다. 하지만 1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291조2000억원, 3차 추경 때는 279조7000억원으로 확 줄었다. 12조3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난다는 얘기다. 특히 기업의 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법인세수 예상치는 추경 편성 이전 64조4000억원에서 58조5000억원으로 9.1% 줄었다.

정부 예상만큼 세금이 덜 걷히면 그나마 다행인데, 세수 펑크 규모는 더 늘어날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3차 추경 때 세수와 직결되는 올해 경상 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을 0.6%로 전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을 –1.2%로 예상했다. 올해 물가성장률은 0%를 갓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상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세수 부족분은 정부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게 중요한 이유

세금은 경기가 좋아야 잘 걷힌다.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져 경기 회복이 여의치 않게 되면 세수 펑크 규모는 불어나게 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세입 추경을 할 수도 없다. 나랏빚을 늘리는 일이어서다. 이미 올해 국가채무는 840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를 넘긴다는 게 정부 전망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대로라면 나라 살림 상태가 빠르게 나빠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걱정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근 학술대회에서 “향후 충분한 세입 확충이 없다면 일본처럼 슈퍼 채무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

.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