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중구난방 성장률 전망···코로나 탓 하기엔 원래도 잘 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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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0.2%로 예상했다. 경제가 극히 부진했다던 지난해 성장률(2%)보다도 한참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이 숫자도 매우 낙관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해외 기관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잡아서다. 올해는 유난히 기관별 전망 차이가 매우 크다. 왜 그럴까?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오른쪽)과 조덕상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2020.5.20  kjhpress@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오른쪽)과 조덕상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2020.5.20 kjhpress@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무슨 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온 것에는 모든 기관이 동의한다. 그런데 성장률 전망치는 제각각이다. KDI, 현대경제연구원(0.3%) 등은 한국 경제가 조금이라도 성장할 거로 봤다. 하지만 IMF(-1.2%)를 비롯해 신용평가사 S&P(-1.5%), 한국경제연구원(-2.3%) 등은 올해 경제가 뒷걸음질 칠 거라고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의 전망치 차이는 2.6%포인트나 된다.

왜 제각각일까

코로나 19 충격이 전례 없는 일이어서다. 충격의 크기, 성격 등에 대해 참고할 만 과거 사례가 없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과 다르고 같은 전염병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때와 또 다르다.

IMF는 “경제 전망은 극심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전망치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는 얘기다. KDI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KDI는 아예 세 개의 숫자를 동시에 내놨다. 0.2%는 코로나19 확산이 국내에서는 상반기부터, 전 세계에서는 하반기부터 잠잠해진다는 걸 가정했다. 코로나 19가 예상보다 빨리 잡히면 올해 성장률이 1.1%, 장기화시에는 –1.6%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망치 격차가 2.7%포인트에 이른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원래도 잘 틀렸다

코로나 19를 핑계 대지만 성장률 전망이 맞은 적도 드물다. 한국은행, 정부 등이 전망을 고치는 건 흔한 일이다. 한은은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를 2.6%(2019년 1월) →2.5%(4월)→2.2%(7월)→2%(11월)로 수정했다. 한은과 정부는 각각 5월 28일과 6월 초에 올해 경제 성장률 수정치를 내놓는데, 기존 수치보다 대폭 내려 잡을 게 확실하다. 현재 한은과 정부의 올해 성장률 공식 전망치는 2.1%, 2.4%다. 현실과의 거리가 턱없이 멀다.

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권위 있다는 국제기구라고 다르지 않다. 이들도 연례행사처럼 전망을 고쳐 내놓는다. 정부와 한은이 “IMF 등의 세계 성장률 전망치가 바뀌니 우리의 성장률 전망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는 이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경제정책방향 및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2.4%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경제정책방향 및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2.4%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뉴스1

이게 중요한 이유

대내외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성장률을 맞추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은,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치는 최대한 정확해야 한다. 성장률 전망하에 정부는 세금을 얼마나 걷을지 등의 정책을 정한다. 기업도 성장률 전망을 참고해 사업계획을 짠다. ‘아니면 말고’ 식의 예측은 정부 정책의 오류로 귀결된다. 가계와 기업에도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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