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오른 질병청…“승격, 하려면 제대로 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산하에 보건연구원 둬야 제 역할” #정은경도 “청 돼도 연구기능 필요”

질병관리청이 권역별로 질병대응센터를 두게 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보건소 기능과 통합되지 않아 '옥상옥'이 될 것이란 지적과 기존 질본 내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해 감염병 연구기능이 약화되고, 인력·예산이 줄었다는 게 골자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질병관리청 승격,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국립보건연구원과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질병관리청 산하에 남아 있어야 감염병 대비역량 강화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적었다. 해당 청원은 오후  6시 기준 2만 여명이 동의했다. 이 청원 글을 올린 이는 이재갑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였다. 이 교수는 "이번 조직 개편안을 보고 납득하기가 어려워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국립보건연구원은 차치하고 새로 설치하는 감염병연구소까지 복지부로 이관하겠다는 건 질본을 청으로 승격해 감염병 대응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와도 모순된다”며 "복지부가 질본을 독립시킬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복지부는 이번에 2차관까지 만들었다”며 "질본이 청으로 승격돼도 정부 조직 직제상 청장은 복지부 장·차관보다 아래에 있게 돼 말 뿐인 독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질본관리본부장도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청이 돼도 연구기능이 필요하다”며 "연구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복지부 측은 국립보건연구원 이관에 대해 ”감염병을 비롯해 보건의료 전반적인 연구와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해 복지부 산하에 두는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 기존 연구의 절반 이상이 감염병 관련인데 복지부가 바이오산업과 연계를 말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향후 국회 논의에서 조직 개편안이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