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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통계만 집착해 민간 수요조사 안 해…추경 이후 속수무책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3월27일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실업급여 수급자들이 설명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3월27일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실업급여 수급자들이 설명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배정한 일자리 예산은 6조4337억원이다.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고용 사각지대에 안전망을 확대하고, 새 일자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나랏돈이다. 정부의 이번 일자리 정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업 위기 차단에 집중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대책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정 투입으로 대규모 실업난을 잠시 미룰 순 있겠지만, 이를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급증한 일시휴직자, 곧 실업자 전환? 

정부는 우선 기업의 유급 휴직 수당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무급휴직자에 월 50만원씩 3개월간 지원하는 정책(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노사가 '해고 없는 임금 삭감'에 합의하면 임금 감소분의 절반을 6개월간 지원한다. 이 같은 정책은 기존 취업자가 곧바로 실업자로 전락하지 않고 기업 내 '일시 휴직자'로 묶어두는 효과가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지난 3월과 4월 일시휴직자 증가 폭은 각각 126만명, 113만명으로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위기에도 기업이 해고보다 휴직을 택한 것은 재정을 투입한 정책 효과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를 뒤집어 보면, 재정 지원이 끊기면 일시 휴직자가 대거 실업자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리기사·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특고)·프리랜서 등 고용보험 가입이 안 되는 사람에게 3개월간 월 50만원씩 지급하는 정책(긴급 고용안정지원금)도 지원금이 끊기면 이들이 생계를 이어갈 뾰족한 방법이 없다. 새롭게 창출하는 55만개 공공 일자리도 한시적 일자리에 불과하다. 매달 150만명 안팎으로 급증한 일시 휴직자가 실업자가 될 경우 공공 일자리만으로는 감당하기도 어렵다.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민간 일자리 대책, 수요 조사도 안 해 

전문가들은 민간 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최대한 회복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번 추경 일자리 대책에서 중소·중견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민간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도 내놨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할 수 있는 직무에 청년을 채용하면 6개월간 인건비를 매달 18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청년 인턴 등 단기 채용에 나서는 중소·중견기업에도 6개월간 최대 80만원의 인건비 등을 지원한다. 이 같은 정책으로 총 15만개 일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다.

그러나 민간 청년 일자리 정책의 경우 기업이 얼마나 청년 인턴을 필요로 하는 지 수요 조사도 거치지 않았다. 장근섭 고용노동부 청년고용정책관은 "(청년 일자리) 수요를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사업을 운영해 가면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 집착 말고, 실제 일자리 봐야" 

정부 일자리 대책이 이렇게 쳇바퀴를 도는 것은 실제 고용 시장보다 고용 통계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인 일자리를 늘려 고용 지표 회복을 시도한 정책의 확장판인 셈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코로나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민간 기업에 고용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해도 정부는 투자·연구개발·고용 등에 세제 혜택을 늘려 민간의 활동을 독려해야 한다"며 "'한국판 뉴딜'도 생산성과 시장 수요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관광 등 서비스 부문에서 일자리가 늘 수 있다"며 "계절적 요인으로 일이 집중되는 기업은 주 52시간 제도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동 규제를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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