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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카드·토스에 통신3사도···8월 ‘마이데이터’ 빅시장 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30대 직장인 A씨는 두달 전 첫 자동차를 구매했다. 차량 할부금과 주유비가 새로운 고정 지출이 됐다. A씨가 이용하는 금융 애플리케이션은 그의 지출내역에 맞춰 운전자보험 가입과 주유 할인 신용카드 신청을 추천했다. 이용 중인 할부금융 이자율이 너무 높다며 저금리 할부로 갈아탈 것도 권했다. 금융앱이 A씨 자산을 종합 관리해준 결과다.

마이데이터 사업. 셔터스톡

마이데이터 사업. 셔터스톡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행된 뒤 나타날 모습이다. ‘마이데이터’란 고객이 동의하면 각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개인 정보를 하나의 앱에서 통합 조회‧관리하는 사업이다. 예를 들어 A씨가 B은행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하면 해당 은행 앱에서 모든 계좌, 카드 결제내역, 투자종목, 대출 상환내역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지난 1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마이데이터 사업이 오는 8월 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통신3사도 마이데이터 눈독 

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 수요조사(5월 14~28일) 결과 총 116개 회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겠다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은행‧보험·카드 등 금융사 55곳과 카카오페이‧토스‧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기업 20곳, 비금융회사 41곳이 포함됐다. 금융위는 “금융뿐 아니라 IT, 통신, 유통 등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다양한 수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등 통신3사도 컨소시엄을 형성해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통신 데이터를 금융 데이터와 결합하면 비금융 신용평가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에서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각각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관심이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6~7월 마이데이터 예비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왜 인기 있나

업체들의 관심이 큰 건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되면 그 파급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각 금융사에서 금융상품을 따로따로 가입하던 고객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자 한 곳에서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카드‧은행‧보험업을 하지 않는 기업도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되면 고객의 카드 결제내역이나 은행 계좌 정보까지 확보할 수 있다.

한 금융사 고위관계자는 “한국은 국민 100%가 금융기관과 거래를 하는데, 이 데이터를 다 결합하면 ‘초개인화’된 맞춤형 자산관리를 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 인지도와 관계없이 서비스 기준으로 시장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선 특화된 정보·자산·신용관리 서비스를 합리적 비용으로 언제 어디서나 누릴 수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아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특별연설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아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특별연설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빅테크 vs. 스타트업 vs. 기존금융권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비해 체력을 키우는 중이다.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앱을 운영하는 뱅크샐러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200명 신규 채용에 나섰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비해 은행‧증권업에 진출하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은 수천만에 달하는 고객 수가 가장 큰 무기다. 카카오페이가 마이데이터 사업을 겨냥해 3월 출시한 자산관리 서비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달 만에 가입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은행‧카드 등 전통 금융사는 대형 ICT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발 빠르게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신한금융 계열사 신한DS는 데이터 저장고가 될 ‘클라우드’ 사업 진출을 위해 글로벌 기업 베스핀글로벌과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KB금융지주도 27일 아마존 클라우드 사업부인 AWS와 클라우드 이용 조건에 합의하는 EA계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은 그룹 통합 자산관리서비스 구축을 위해 임원 6명 등이 참여하는 마이데이터 라이선스 준비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금융회사에서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앞두고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SK텔레콤은 지난 11일 금융데이터거래소를 운영하는 금융보안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데이터 개발협력을 하기로 했다. 쿠팡의 경우 최근 간편결제 서비스를 담당하는 '쿠팡페이'를 분사하며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 여부가 주목됐으나, 이번 수요조사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 건 덜 주고, 네 건 더 달라’…업체 간 눈치싸움

사업자로 선정되면 데이터 수집능력과 활용방법 차별화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업체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금융위 마이데이터 워킹그룹에서는 금융회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어떤 신용정보를 제공할지를 논의 중인데, 서로 ‘내 정보는 덜 주고 남의 정보는 더 받기’ 위해 신경전을 벌인다.

핀테크 스타트업은 기존 금융권에 “정보를 최대한 많이 공개하라”고 주장한다. 현재 카드사의 경우, 고객이 카드를 긁는 순간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승인’ 내역과 2~3일 뒤 확정되는 ‘결제’ 내역 중 결제내역만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핀테크 업체에선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승인내역을 달라고 요구한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자산관리를 하려면 업데이트 속도가 생명인데 2~3일씩 걸리는 서비스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워킹그룹 참여사들은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카카오의 참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업체가 검색‧SNS 등을 통해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독자적으로 활용해 마이데이터 사업에 나설 경우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우려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서로 원하는 정보 제공범위가 다른데, 이런 식이면 데이터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가속화할 것”이라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도움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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