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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0만원 넘는 차가 할인 더 받는다···개소세 인하 연장의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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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달 말 끝나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는 대신 인하율을 70%에서 30%로 낮췄다. 지난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일환이다.

그런데 인하율만 낮아진 게 아니라 ‘100만원 감면 한도’도 없어져 판매가 7600만원(공장도가 6700만원) 이상의 비싼 차는 결과적으로 지금보다 인하 폭이 더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공장도가 1억원의 차량은 지금 사면(6월 30일 이전 출고) 개별소비세 400만원을 내야 한다. 원래 개별소비세 5%(500만원)에서 70% 감면되니 150만원을 할인받는데, 감면 한도가 100만원이기 때문에 400만원을 내야 한다.

‘100만원 한도’ 없어져 비싼 차 할인 폭 커져  

차량이 7월 1일 이후에 출고된다면 이번 조치에 따라 인하율이 70%에서 30%로 낮아진다. 그러면 이 차의 개별소비세는 350만원이 되는데 100만원 한도도 없어졌기 때문에 350만원을 그대로 내면 된다. 6월에 400만원이던 개소세가 7월부터는 350만원으로 오히려 50만원 낮아지는 것이다.

반면 공장도 가격이 6700만원 아래인 승용차는 실제로는 개소세 인하 폭이 작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판매가 3000만원(공장도가 2857만원) 초반인 차량은 지금 개소세가 43만원인데 다음 달부터는 1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뛴다.

자동차 회사들은 개소세 인하가 이달 말로 끝나지 않고 연장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비싼 차에 대한 세금 할인 폭이 더 크게 된 것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국산 차 중에서는 G80∙GV80에 풀옵션을 달지 않는 이상 하반기 개소세가 지금보다 낮아지는 차종은 사실상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G80 가솔린 3.5 터보 모델은 기본 가격이 5900만원대다. 사진 제네시스

G80 가솔린 3.5 터보 모델은 기본 가격이 5900만원대다. 사진 제네시스

“한도 유지하려면 법 개정 필요…일정 촉박”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00만원 감면 한도를 없앴다'는 식으로 오해가 생기고 있는데 이번 조치는 6월 30일 제도 종료일이 코 앞인 만큼 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개소세 70% 인하 조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한 국내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100만원 감면 한도는 조세특례제한법 109조의 4에 명시돼 있다.

제도를 그대로 연장하고 100만원 감면 한도도 유지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내 정치 여건이나 종료일이 불과 3주 남짓 남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7월 1일에 맞춰 통과시키기는 무리라고 봤다는 것이다. 개별소비세법은 기본세율의 3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가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법 개정 없이 30% 인하로 인하 폭을 줄인 것이다.

하반기 개소세 인하, 어떻게 바뀌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하반기 개소세 인하, 어떻게 바뀌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기재부 측은 “인하 폭을 줄였다기보다 70% 인하가 코로나19로 야기된 특수한 상황이었고, 원래 수십년간 시행해 온 인하 폭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문제점 때문에 아예 개소세 인하 연장을 하지 않는 것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좋은 일인지, 어떻게든 연장을 해서 숨통을 틔우는 게 맞는 일인지는 판단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하반기 개소세 인하 연장 혜택을 받게 된 고가 승용차는 올해 들어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1억원 이상 승용차가 1만대 이상 팔렸는데, 1억~1억5000만원 짜리 차가 8257대, 1억5000만원 이상 차가 3345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5307대와 2296대에 비하면 각각 55.6%와 45.7% 증가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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