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리스크(팬데믹+프로테스트)’ 와중에 오른 주가, 앞날은?

중앙일보

입력

미국 시위대가 1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 인근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국 시위대가 1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 인근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가 ‘P 리스크’를 1일(현지시간) 일단 이겨냈다.

CNBC, “68년 주가는 시위, 전염병, 암살 와중에 올라” #WSJ, “바이러스와 시위 등 복합충격 파장은 오래 가” #故 그레이엄, “역사가 맞다면 부자는 모두 역사학자!”

P는   팬데믹(pandemicᆞ대유행병)과 프로테스트(protestᆞ시위)의 머릿글자다. P리스크는 현재 뉴욕증시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이 안고 있는 대표적인 불안요인이다.

이날 다우지수는 91.91 포인트, 0.36% 올라간 2만5475.02로 거래를 마쳤다. 3일(거래일) 만의 반등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1.42포인트, 0.38% 오른 3055.73으로 마감됐다. 나스닥 지수는 62.18포인트(0.66%) 올라 9552.05에 이르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다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 뉴욕시 등엔 통행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경제적 위기와 사회ᆞ정치적 불안이다. 주가가 추락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조건이다.

그러나 뉴욕 증시는 코로나19 직전의 고점과 엇비슷해졌다. 특히 대형 기술주 움직임을 보여주는 나스닥100지수는 2월 고점에서 겨우 1.23% 정도 낮을 뿐이다.

68년 주가 급락한 뒤 회복해 7% 상승으로 마감  

뉴욕 주가는 이날 왜 올랐을까. 미 경제매체인 CNBC는 인간의 두려움 등과 무관한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일반화한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프루덴셜파이낸셜의퀸시 크로스비 수석 전략가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시장은 연민이나 배려 같은 감정없이 늘 비정하다”며 “알고리즘 역시 어떠한 공감 능력도 없게 설계됐다”고 말했다.

뉴욕증권거래소

뉴욕증권거래소

알고리즘은 역사적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미국  역사에서 1968년 인종갈등과 저항의 해였다. 그해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과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였던 로버트 F. 케네디 대통령이 모두 암살당했다.

또 북베트남이 테트공세(설날 공세)을 펼쳤고, 미군이 베트남 전쟁에서 주도권을 잃었다. 게다가 홍콩독감(H3N2)이 대유행하며 미국에서 10만 명 정도가 숨졌다. 지금 코로나19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다.

이런 와중에 그해 S&P500 지수는7.6% 올랐다. 그해 1분기인 1~3월에 9% 급락했지만 이후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연말엔 그해 저점과 견줘 24%나 올랐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옳을까?

‘증권분석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험은 생전에 “역사가 주식 투자의 올바른 가이드라면, 미국의 백만장자는 대부분 역사학자이거나 도서관 사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주가가 역사의 교훈대로만 움직이지 않은 점을 지적한 말이다.

'증권분석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험과 저서 『현명한 투자자』

'증권분석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험과 저서 『현명한 투자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바이러스와 실업 사태, 시위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며 “복합 충격이 발생하면, 파장은 오래갈 수 있다”고 했다. 증시는 파장이 이어지는 사태  와중엔 하루하루 변덕스럽게 춤추기 마련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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