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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신한울 공사 재개를” 문 대통령 “원전 과잉 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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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오찬에 앞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변선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오찬에 앞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변선구 기자

“국회에서의 신속한 조치에 협조해 달라.” “상생 협치할 준비가 돼 있다.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하면 우리도 적극 돕겠다.”

문 대통령·원내대표 566일 만에 회동 #3차 추경 처리 #주호영 “추경 3회, 재정건전성 우려” #대통령 “법안 제때 처리 땐 업어줄 것” #외교안보 #주호영 “북핵에 국민안전 보장돼야” #대통령 “재래식 군사력 북한에 월등” #공수처 #대통령 “7월 출범 차질 없어야” #주호영 “지금 해달라는 건 졸속” #소통 #주호영 “국회 담당 정무장관 필요” #대통령, 노영민 실장에 검토 지시

566일 만인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의 회동은 순탄했다. 청와대 상춘재에서의 오찬에 이은 산책까지 포함하면 문 대통령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간 만남은 156분간 이어졌다. 당초 예정은 70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두 원내대표 모두 대화를 중시하는 분이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가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것도 평가했다. 이어 “과거엔 뭔가 일이 안 풀릴 때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만나려다 보니 만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이 있으면 현안을 이야기하고 현안이 없더라도 만나서 정국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막판 산책길엔 김 원내대표가 “우리를 위해 (대통령이) 시간을 많이 비워놓았다”고 했더니 문 대통령이 웃으며 “국회가 제때 열리고 제때 법안 처리 등을 해주면 업어드리겠다”고 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주 원내대표 간 대화를 뜯어보면 둘 사이의 거리감은 확연했다. 다음은 주 원내대표와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전언을 통해 재구성한 대화록이다.

① 3차 추가경정예산

▶주 원내대표=“한 해 세 번이나 추경을 해야 하는 상황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추경이 필요하다면 어느 항목이고 효과는 어떤 것이며 재원 대책은 어떤 건지 국민이 소상히 알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 달라.”

▶문 대통령=“충분한 답변을 요구한다면 정부도 철저히 준비할 것이다. 다만 보통 국회가 정치 현안으로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 날 12시에 통과시키는 이런 모습 아니었는가. 어쨌든 (의결) 결정은 신속히 내려 달라.”

▶주 원내대표=“올 예산 자체가 수퍼예산인데 추경도 세 차례 했다. 재정건전성이 우려스럽다.”

▶문 대통령=“코로나 위기 속에 IMF (국제통화기금)조차 ‘한국은 재정 여력이 있는데 왜 확장재정을 안 하느냐’며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성장이 회복돼야 세수가 늘고, 장기적으로 볼 때는 재정건전성에 도움이 된다.”

② 외교안보

▶주 원내대표=“북한의 개방·대화에 반대하는 국민은 없다. 북한 핵·미사일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안전은 확실히 보장된다는 안심을 줘야 한다.”

▶문 대통령=“우리의 재래식 군사력은 북한에 비해 월등하다. 우리는 핵개발을 할 수 없게끔 돼 있어 북·미 간 대화를 노력하는 거다. 국회가 (4·27 판문점선언 등) 비준 동의를 해준다면 큰 힘이 된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맺은) 10·4, 9·19 선언 등은 열린 마음으로 봐 달라. 정권이 어떻게 바뀌어도 계속돼야 한다.”(※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북한이 국제적 주목을 끌기 위해 하는 군사적 행동 이외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적대적 행동에 대해선 상황 관리를 하고 있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③ 원전

▶주 원내대표=“신한울 3·4호기는 계약회사와 지역의 어려움을 고려해, 또 에너지 전환 정책의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공사해야 한다.”

▶문 대통령=“유럽의 다른 나라처럼 칼 같은 탈원전(을 하는 게) 아니다. 설계수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계획 단계에서 보상하고 안 하는 것이다. 설비를 봐도 과잉 상태다. 전력예비율이 30%를 넘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의 원전 비중이 13%로 알고 있는데,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④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 대통령=“공수처의 7월 출범에 차질 없게 해 달라.”

▶주 원내대표=“많은 국민과 우리 당은 검찰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수처를 만드는 걸로 인식한다. 인사청문회 제도도 정비되지 않았는데 지금 해달라는 것 자체가 졸속 아닌가.”

▶문 대통령=“대통령 주변 특수관계자, 측근도 (공수처의) 대상인데 검찰 견제 수단으로 오히려 부각되고 있다. 원래 뜻은 대통령 주변의 측근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취지다.”

▶주 원내대표=“대통령 특별감찰관이 3년째 비어 있다. 공수처와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조속히 채우는 게 좋겠다.”

▶문 대통령=“특별감찰관과 공수처의 기능이 중복될 우려가 있다. 국회에서 논의해 달라.”

⑤ 위안부 문제

▶주 원내대표=“(2015년) 지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이 정권이 무력화했고, 3년째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위헌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문 대통령=“(2015년 합의를)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해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의 과제다.”

▶주 원내대표=“보상 관련 할머니 입장이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윤미향 사태’가 불거졌다.”

⑥ 통합

▶주 원내대표=“대통령 스스로 여러 번 국민통합을 말했다. 그 요체는 공정과 법치주의다. 적폐청산에 있어 상대편에게 가혹하게 하고 내 편에 대해선 관대하게 하는, 국민의 정의 관념과 맞지 않는 일이 있어 우려스럽다. 수사기관과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구성도 중립적이지 못하다.”

▶문 대통령=“과거 민주화 대 독재 대결구도는 끝난 지 오래다. 적대감이나 ‘상대가 타도 대상’이란 생각에서 벗어나 이제 한 페이지씩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정무장관)을 지낸 주 원내대표는 대국회 업무를 담당할 정무장관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권호·심새롬·윤정민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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