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무료 의료봉사 박언휘교수

중앙일보

입력

의료계 총파업 이틀째인 7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한 소년가장 공부방.

흰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걸친 가녀린 몸매의 한 여의사가 어린 환자들을 돌보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경산대의료원의 박언휘(朴彦輝·42·내과) 교수는 매주 주말을 이용해 무의촌과 달동네·장애인 등을 찾아다니며 무료로 인술을 베푸는 고된 일을 4년째 계속하고 있다.

朴교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마다 연초에 1년치 무료진료 스케줄을 꼼꼼히 준비한다.

지난해는 일요일마다 대구 북구 벧엘교회에서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가난한 환자들을 돌보았다.

올해 들어서는 경산의 영광교회와 청도지역 면 소재지 교회에서 일요일마다 농촌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토요일 오후도 시간을 내 경로당,무료급식소인 ‘희망의 집’,시각장애인들의 ‘포도나무선교회’,소년가장공부방,여성가장 가정 등을 돌며 무료진료를 계속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만나면서 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의료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이 때문에 “처음엔 가끔 주말을 이용한 사회봉사활동으로 시작했으나 4년 전부터는 무료진료가 자신의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다”고 朴교수는 말했다.

최근 그녀는 경산대의료원의 양방(洋方) 원장직을 그만두고 현재는 강의만 맡고 있다.

그녀와 친숙해진 농촌환자들이 주말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병원까지 찾아오는 일이 잦아지면서 혹여 주위의 오해로 무료진료 일이 방해받을 것을 우려,고심 끝에 중책을 포기한 것이다.

그녀의 무료인술에는 이해하고 동참해주는 가족·친지들의 지원이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우선 남편(경북대 생화학과 김유영 교수) 과 두 딸이 늘 자원봉사자로 나서 도와준다.여기다 지난해부터는 선배의사인 홍정길(52) 씨 부부도 동참,통증치료를 맡아주고 있다.

약값을 포함,무료진료 활동을 위해 朴교수가 들이는 비용도 한달에 자그마치 2백여만원.그러면서도 자신의 일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한사코 쑥스러워 한다.

휴일도 없는 강행군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릴적 절친했던 친구가 가난으로 치료도 제대로 못받고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와 약속한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경북대 의대 출신의 그녀는 의약분업 파동에 대해서는 “의사들을 한몫으로 매도하고 몰아부치는 분위기는 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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