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파업 4일째…국·공립병원·보건소 북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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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총파업 4일째인 9일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는 환자 수가 급감한 반면 국.공립병원과 보건소에 환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으나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시립 보라매병원 등 `거점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속속 철수해 진료공백이 심화되고 있으며,동네 병.의원도 이날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의사대회 참여로 대부분 문을 닫고 휴진했다.

◇ 대학ㆍ종합병원 진료공백 =전체 58병상을 초과한 88병상에 환자들이 누워있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에는 간이침대가 보호자 대기실은 물론 간호사 데스크 바로 앞까지 놓여있는 등 `야전병원´을 방불케했다.

특히 응급환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암환자들은 진통제와 영양제에 의지한 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수술실의 경우 의료진 부족으로 수술 건수가 평소80여건에서 30여건으로 줄었으며 고려대 안암병원,한양대병원 등에서는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급감, 병원 접수창구가 한산했다.

한편 `거점병원´인 시립 보라매병원에는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음에도 불구 지난 7일부터 전체 의료진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공의 80여명이 전원 철수하는 바람에 상당한 진료공백이 발생,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 동네 병.의원=동네 병.의원은 의사들이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서울시의사회 주최로 열린 의사대회에 참가하는 바람에 진료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일부 중.대형 병원들은 외래환자를 일체 받지 않은 채 응급실과 분만실,중환자실만을 제한적으로 가동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H내과의원은 `의사회 총회로 인해 휴진합니다´는 안내문과 함께 출입문이 잠겨있었으며 인근 병.의원들에도 "의약분업 관계로 응급환자 및 산모만 24시간 진료합니다"안내문을 입구에 붙여놓고 휴진했다.

그러나 일부 동네 병.의원들은 지난 7일을 고비로 응급환자들을 받고 있으며 정상 진료에 나서는 곳도 있었다.

◇ 국.공립병원 및 보건소 환자급증=환자들이 늘어난 국립의료원은 지난 7일부터 공중보건의 8명을 긴급 지원받아 응급실 등 진료현장에 투입했으나 몰려드는 환자들로 의사들의 손이 달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병원 응급실에는 평소 하루평균 40명의 응급환자가 찾았으나 8일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갑절이 넘는 1백여명의 환자가 찾았고, 입원을 기다리는 응급실 대기환자도 이날 오전 10시 현재 평소 10여명보다 많은 30여명에 달하고 있다.

외래 초진환자도 평소보다 20∼30% 늘어나 전체 외래환자가 평소 1천200명에서 1천500명 가량으로 늘었다.

시내 각 보건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환자들이 몰려들어 혼잡했고 의료진들은 진료일손이 부족한 데다가 계속되는 비상근무에 피곤함을 호소했다.

◇ 대형ㆍ동네 약국=서울 종로구 종로5가 `약국거리´의 대형 약국들과 동네 약국들에는 의료계 파업의 여파로 처방전을 들고오는 환자들이 크게 줄어 썰렁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약국들이 직접조제,임의조제는 하지않고 있지만 일부 약국에서는 동네주민들의 요구에 직접조제에 나서기도 했다.

보령약국측은 "찾아오는 손님이 없다"며 "약국에서 조제를 하느냐는 문의전화는 종종 걸려 왔으나 정작 직접 찾아오는 손님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M약국의 한 약사는 "일부 약국에서 단골손님들에게 더러 약을 제조해주는 경우는 있지만 단속이 심해 임의조제를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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