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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4개월만에 체급 올려 청와대 돌아오는 탁현민

중앙일보

입력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청와대로 돌아온다. 그것도 나갈 때 선임행정관이었던 직급을 의전비서관으로 올려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탁 자문위원이 의전비서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사표를 내고 떠난 지 1년 4개월 만이다. 사표를 낼 때 탁 위원은 “밑천도 다 드러났고, 하는 데까지 할 수 있는 것까지는 다 했다. 의전비서관은 내 자리가 아니다”면서 떠났다. “새 감성과 새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 채워야 할 때”라고도 했는데, 그의 말대로라면 16개월 만에 충전을 마쳤다는 것이 된다.

공연기획 전문가인 탁 자문위원은 유능한 연출가로 통했다. 2017년 대선 캠프에서 토크 콘서트 등을 기획했던 그는 정부 출범 후엔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 남북 정상회담 등의 대형 이벤트들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 “감성 터치에 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는 그의 공헌이 컸다. 2016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함께 문 대통령의 네팔 트래킹에 동행했을 정도로 문 대통령의 신임도 두텁다.

지난해 여름 히말라야 트레킹 때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가운데)과 함께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사진=탁현민 페이스북]

지난해 여름 히말라야 트레킹 때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가운데)과 함께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사진=탁현민 페이스북]

동시에 그는 역대 어느 청와대 참모보다 구설에도 많이 올랐다. 특히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07년 펴낸 『남자마음 설명서』에서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이라고 쓴 사실 등이 뒤늦게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야당의 공세가 집중되고 여론도 나쁘자 그는 임명 1년여 후인 2018년 6월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다”며 사퇴 의사를 내비쳤지만,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이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말리는 일도 있었다.

야당은 당장 탁 위원의 승진 기용을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수차례 여성비하 발언을 했던 탁현민 전 행정관을 꽃가루 뿌려주며 단순복귀도 아닌 영전을 시켰는데, 탁 전 행정관의 사퇴는 선거를 앞두고 눈 가리고 아웅하려는 쇼였다”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오래 입었다던 탁 전 행정관은 비서관 정도 돼야 자신에게 맞는 옷인가, 아니면 선거 이겼다고 그사이 거물이 된 것인가”라고 논평했다.

한편 청와대는 탁 위원 외에 국민소통수석실 산하 홍보기획비서관과 춘추관장 등 비서관 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홍보기획비서관에는 한정우 현 춘추관장이 수평 이동할 예정이다. 정구철 현 비서관은 건강이 안 좋아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춘추관장에는 김재준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이 승진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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