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오염´ 인체도 영향

중앙일보

입력

1980년대 후반부터 선진국에서 문제가 됐던 내분비계 장애물질(환경호르몬) 이 이제 국내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환경부가 발표한 환경호르몬의 생태 영향과 환경 잔류실태 조사 결과에서 다섯 마리의 물고기와 개구리에서 암수가 뒤바뀌는 현상이 관찰된 것이 대표적 징후다.

물론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는 못했지만 물고기의 84%와 개구리의 63%에서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이 검출돼 암수 뒤바뀜 현상을 환경호르몬과 연관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수컷 악어가 암컷으로 바뀌고 영국에서는 암수 구분이 어려운 물고기가 발견된 것도 환경호르몬인 DDT나 합성세제 성분 때문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환경호르몬은 특히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통해 인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국내 오염실태=소각시설 등에서 나오는 다이옥신의 경우 물(ℓ당 최고 0.502pg 피코그램, 1pg=1조분의 1g> )과 퇴적토(건조중량 g당 최고 0.984pg) 에서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공기(㎥당 최고 8.624pg) 중에서는 일본의 검출치(㎥당 최고 1.8pg) 에 비해 높았다.

또 서울 시청앞 덕수궁의 경우 공기중 다이옥신 농도가 0.683pg으로 측정돼 공업지역인 울산 여천동의 2.2배, 청정지역인 강화도 석모리의 26배에 이르렀다.

플라스틱 가소제로 쓰이는 비스페놀A나 선박 표면의 오염방지제로 쓰이는 TBT(트리뷰틸주석) . PCB(폴리클로로네이티드비페닐) 등도 물.토양 등에서 나왔다.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오는 벤조피렌도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폭넓게 검출됐다.

◇ 문제점과 대책=물.공기.토양이 환경호르몬에 오염되고 그에 따라 식품이 오염되면서 실제로 국내에서도 산모의 모유나 태반에서도 PCB 오염이 관찰되고 있으나 환경호르몬에 대한 기준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환경부는 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을 특별관리하기 위해 ´특정유해물질관리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반월공단 등 오염이 심한 곳을 대상으로 지도.단속을 강화키로 했다.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신동천(申東千) 교수는 "지금까지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연구와 행정이 따로 진행되면서 뚜렷한 대책이 수립되지 못했다" 며 "국내 연구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장기적인 연구조사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고 제안했다.

강찬수 기자

◇환경호르몬이란=농약·중금속·플라스틱 가소제·합성세제 가운데 생물체의 호르몬과 비슷한 화학적 구조를 가지고 생체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을 말한다.

환경호르몬은 정자수 감소·기형아 출산 등 생식계통의 이상 뿐만 아니라 면역계·신경계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현재 세계야생생물보호기금(WWF) 에서는 67종의 물질을,일본 후생성에서는 1백42종을 환경호르몬 추정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환경 호르몬 대처 요령>

1.유기농산물 먹기
2.아기에게 모유 먹이기
3.플라스틱 제품 사용 억제
4.쓰레기 배출 최소화
5.플라스틱 용기 전자레인지에서 사용않기
6.염소표백 세정제.위생용품 사용 억제
7.먹이사슬에서 낮은 위치에 있는 음식 먹기
8.다 쓴 건전지 반드시 폐기
9.손 자주 씻고 실내 바닥과 창문을 깨끗이
10.저독성.항균성 샴푸 사용
11.골프장에서는 손이나 티셔츠.골프공에 입이 닿지 않도 록 주의
12.PVC로 된 창문 블라인드 설치를 피할 것

*출처=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