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비메모리 1위 비전’…평택 EUV 파운드리 라인 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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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이 들어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이 들어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평택에 극자외선(EUV)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을 구축한다고 21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이재용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10조 규모 투자할 듯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 #1위 대만 TSMC와 미세공정 경쟁

삼성전자에 따르면 평택캠퍼스 EUV 파운드리 라인은 이달 들어 공사에 착수했고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에도 화성사업장에 EUV 전용 ‘V1’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반도체 비전 2030’ 관련 후속 조치의 일환”이라면서 “EUV 기반의 초미세 시장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이번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1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EUV 노광 기술은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을 광원으로 웨이퍼(기판)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AnF) 보다 파장의 길이가 14분의 1에 불과해 세밀한 반도체 회로를 그릴 수 있다. 7나노·5나노·3나노 반도체는 이렇게 가늘게 새겨진 반도체의 회로 선폭을 말한다. 회로 구성이 세밀해질수록 반도체 성능은 높이고 소비 전력은 낮출 수 있다.

EUV 파운드리 라인을 앞세워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를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격차는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15.9%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 1위 TSMC(점유율 54.1%)와 38.2%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현재 파운드리 업체 중 7나노 이하 미세 공정기술은 삼성전자와 TSMC만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를 활용한 7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시스템온칩을 출하했고, 같은 해 하반기엔 6나노미터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에 본격 가동되는 평택 EUV 라인에서 5나노미터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시스템반도체 부문 매출은 4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25.5%)도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결과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인 이종호 교수(전기·정보공학부)는 “미세 공정기술은 굉장히 어려운 기술인데, 현재는 사실상 삼성과 TSMC의 양강구도 싸움으로 굳어졌다”면서 “앞으로도 더 첨예하게 경쟁하게 될 텐데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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