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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 최신종, 형량 줄이려 전주실종자와 내연관계 주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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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와 부산에서 실종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최신종(31)의 과거 행적이 주목받고 있다.

전북 전주와 부산에서 실종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최신종(31)의 신상이 20일 공개됐다. 연합뉴스

전북 전주와 부산에서 실종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최신종(31)의 신상이 20일 공개됐다. 연합뉴스

무기징역 피하려 내연관계 거짓 주장

최씨의 추가 범행이 드러나기 전인 지난 1일 SBS '궁금한이야기Y'는 최씨의 사건을 다뤘다. 전주에서 아내의 지인인 30대 여성 A씨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지난달 14일 밤 10시경 집을 나선 뒤 실종된 A씨는 9일 뒤 집에서 40㎞ 떨어진 전북 임실군 하천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A씨의 통장에선 48만원이 빠져나갔고, 손목에 있던 팔찌도 사라졌다.

최씨는 경찰조사에서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그는 자백한 뒤엔 A씨와 내연관계였다며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의 매형은 궁금한이야기Y 취재진에 "고작 백만 원어치 훔치려고 사람을 죽였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형량을 줄이기 위한 최씨 측의 계획이라는 게 경찰의 생각이다.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센 '강도살인'을 피해기 위한 꼼수라는 뜻이다. 또 계획적 범죄가 아니라 욱하는 감정에 살해했다는 주장은 무기징역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와 A씨는 연락이 뜸한 사이였고, 내연관계로 볼만한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최씨가 전주에서 살해당한 여성과 내연관계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경찰관계자, [궁금한이야기Y 캡처]

최씨가 전주에서 살해당한 여성과 내연관계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경찰관계자, [궁금한이야기Y 캡처]

또 지인들은 최씨가 도박빚 때문에 힘들어했고, 궁한 처지였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여성을 살해한 당일 최씨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전화를 여러 차례 했고, 마지막으로 통화한 게 A씨였다. 최씨가 A씨를 만나기 전 마트에서 커터칼을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여성을 살해한 것이 계획된 범죄라고 보고 있다.

채팅앱서 1148명 접촉…130여명 행적 묘연

최씨는 지난달 14일 아내의 지인 A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하천 인근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나흘 뒤인 같은 달 18일 오후 채팅앱을 통해 만난 여성 B(29)씨도 같은 수법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과수원에 유기했다. B씨는 부산에서 전주로 온 뒤 실종됐다.

12일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부산에서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출동한 과학수사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12일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부산에서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출동한 과학수사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북지방경찰청은 20일 오후 2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 따른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통해 최씨의 얼굴과 나이 등 신상을 공개했다. 전북 지역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중 신상공개가 이뤄진 것은 최씨가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신종은 지난 1년간 채팅 앱을 통해서만 1148명과 연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행적이 묘연한 여성도 13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살해당한 여성 2명 외에도 추가 범죄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주변인들, 최씨 보도 보고 "그럴 줄 알았다"

한편 미제사건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김원은 20일 최씨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제보자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이들은 최씨가 지역 내에서 '전주 짱'으로 불렸으며, 10대 때부터 싸움을 일삼고 폭력 조직에 몸담은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 제보자는 "어린 시절부터 동생·친구·선배 할 것 없이 모두 때렸다" , "가까운 사람에게는 잘했지만 사람을 때릴 때 보면 너무 무자비하고 잔인했다"며 폭력성에 대해 증언도 했다. 또 제보자는 최씨가 “예전부터 여자를 유독 좋아했다"며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하는 게 다반사였다”라고도 말했다.

제보자는 최씨와의 일화도 털어놓았다. “과거에 최씨의 친구들이 술을 먹다가 후배들과 싸움이 나 많이 다쳤던 사건이 있었다. 최씨는 ‘합의해줄 테니 나오라’는 말로 후배들을 불러낸 뒤 산에 끌고 갔고 ‘너네는 똑같이 맞아야 한다’며 머리가 터질 때까지 때렸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최씨가 “누군가를 때릴 때 자주 산으로 갔다”며 “말 안 듣는 후배들을 차에 태워서 산에 데리고 갔다가 새벽쯤 버리고 온 적이 몇 번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최씨가 살인사건 진범이란 소식이 알려지고 난 후에도 주변인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제보자는 “최씨가 예전부터 인터넷 도박을 많이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합법적으로 살고 싶다며 퀵서비스를 하더라”며 “서른이 넘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길래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옛날 성격은 못 버리는구나’라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량 줄이는 법 잘 알 것" 

최씨의 지인들은 최씨가 자신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했다. 한 제보자는 “과거 여자친구를 감금하고 성폭행했을 때도 무죄를 주장하며 합의를 봤다”며 “어릴 때부터 사람 때리고 경찰 조사를 많이 받았고 징역도 두 번이나 갔다 왔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형량이 줄어드는지 빠삭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최씨는 2012년 집단·흉기 등 협박 및 특수강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여자친구가 이별을 요구하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협박하고 강간한 사건이다. 집행유예 기간인 2015년에는 김제의 한 마트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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