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제대로 하자] 주치의제도 활성화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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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갑을 맞이한 金모(여.60.일산시 마두동) 씨는 S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으라는 자녀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평소 자주 찾는 동네의사를 찾았다.

金씨는 의사의 진찰 후 자신에게 꼭 필요하며 의보 적용을 받을 수 있는 혈액.소변검사.위내시경과 자궁경부암 검사만 받았다. 金씨가 낸 돈은 5만원. 1백만원이 넘는 종합검진에 비해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고비용 저효율로 얼룩진 의료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가장 시급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주치의 제도다. 주치의란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주 찾아가는 동네의원 단골의사를 말한다.

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신영전 교수는 "주치의는 환자의 질병 이력관리는 물론 상담을 통해 최적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 설명했다.

문제는 제도를 통한 정착이 쉽지 않다는 것. 보건복지부가 1996년 서울 서초구 등 3개 지역에 대해 주치의등록제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사실상 유야무야된 상태다.

가정의학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5개 진료과목 동네의사에 대해 지역주민이 원할 경우 1천명 내외의 주민 당 한 명의 주치의를 선정해 상담과 진료를 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원안.

그러나 의료계는 등록환자 한 명당 1년에 2만원을 받고 전화상담과 병력(病歷) 관리까지 떠맡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항의한다.

서울 J가정의학과 전문의 K씨는 "하루 60명 이상 진료해야 수익이 보장되는 저수가 체제에서 주치의란 이유로 야간상담전화까지 받아야 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고 말했다.

상담료를 현실화하고 등록환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 의사의 83%가 전문의란 국내 사정도 주치의 제도 정착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허봉렬 교수는 "주치의는 환자를 전인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며 "양질의 가정의학전문의 양성이 선행되지 않은 주치의 제도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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