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어떻게 관리했길래… 감독 권한 인권위 '책임론' 솔솔

중앙일보

입력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각종 회계 부정 의혹을 두고 정부 부처 감독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3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3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3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3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의연의 주무 감독 부처는 국가인권위원회다. 인권위는 2018년 감사에서 정의연이 2017년 공시한 기부금 지출 명세서 사용 내역에서 일반관리비를 ‘99명’, ‘999명’ 등으로 기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2018년 7월 정의연에 사무 점검을 진행했지만, 회계감독은 인권위 권한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 '정관' 검토 부실했나

정의연은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사실상 ‘하나의 조직’처럼 운영해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논란이 불거진 건 서로 다른 법인인 정의연과 정대협이 돈을 서로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두 단체의 정의연 모금액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정대협은 국제협력 목적으로 정의연에 3200만원을 지급했다. 그해 11월 정의연은 박물관 사업과 그 외 목적으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등에 6130여만원을 지출했다.

정의연 정관에 따르면 예견된 일이었다. 정의연은 정관에 사업 항목으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운영, 부설기관에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각각 기재했다. 정의연 부설기구로 정대협 소유 박물관을 명시했다. 정대협 주무 감독관청은 외교부다. 정의연은 지난 12일 ‘2018년 7월 11일 정대협과 정의기억재단이 통합해 출범했다’고 밝혔지만, 주무관청이 다른 만큼 두 단체의 실질적 통합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연합뉴스]

인권위가 정관을 검토한 만큼 잘못을 미리 바로잡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무점검 시 주무부처는 법인 수익금·기부금 등 운영관리 계획을 담은 정관을 참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사는 “정관에 주무관청이 다른 법인을 썼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순 없다”면서도 “다만 사업보고 당시 국가인권위가 (이런 문제를 살펴보지 못하고) 통상적 관행으로 여기고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2018년 정관에 추가한 사항"이라며 "사무점검은 2년에 한 번씩 진행하기 때문에 (점검이 있는) 올해 해당 내용이 단체 목적에 부합하는지 살펴보겠다"고 밀했다. 2018년 정의연이 정관을 개정할 당시 국가인권위 측에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묻는 질문엔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관리 부처 달라 관리 어려워”

주무부처의 부실 감독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할 주무관청마다 기준과 업무 매뉴얼이 다르다. 서울시교육청이 제공하고 있는 비영리법인 실무매뉴얼엔 법인 행정처분 기준을 ‘고발’, ‘경고’, ‘주의’로 나눠 세분화하고 있지만 인권위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서울시교육청 비영리법인 매뉴얼. 서울시교육청 매뉴얼 캡쳐

서울시교육청 비영리법인 매뉴얼. 서울시교육청 매뉴얼 캡쳐

주무관청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온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업 성격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기 때문에 정의연·정대협의 사례처럼 중복으로 주무관청을 걸친 비영리법인이 적지 않아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며 “영국이나 일본처럼 ‘공익법인제도’라는 통합기구를 통해 비영리법인을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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