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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무역합의 2개 탈퇴 카드에도···"트럼프, 시진핑에 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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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중국과 무역합의에 대해 석달 전과는 다르게 생각한다. 나한테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중국과 무역합의에 대해 석달 전과는 다르게 생각한다. 나한테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중국과 무역합의에 대해 석달 전과 다르게 생각한다"며 "내겐 의미가 별로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상대로도 "그들 행동을 정화하지 않으면 더 이상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무역합의·WHO 두 개의 탈퇴 카드로 중국을 위협한 것이지만 정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압도당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무역합의 별 의미 없다" 거듭 불만, #"WHO 자기 행동 정화 않으면 참여 안 해" #美언론 "총회 불참-탈퇴협박 옹졸함 보여" #정작 중국 발원지 조사, 대만 가입엔 실패 #시진핑 중국 조사 막고, 20억달러로 주목 #S&P "관세전쟁, 경제 회복 엔진전원 끌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 회의에서 "내게 무역합의가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유출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그는 "중국과 무역합의는 잠재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매우 신나는 일이었지만 일단 바이러스가 들어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바이러스를 우한 밖으로 베이징과 다른 지역으로 가지 못하게 효과적으로 막았지만, 미국과 나머지 세계로 나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며 "그래서 나는 중국에 아주 실망했다"고 했다.

중국이 우한 봉쇄로 내부 확산을 막으면서 중국인 해외여행을 막지 않은 것을 비판한 셈이다. 그는 보복 결정이 임박했느냐에는 "나는 보복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라고 추가 언급은 피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연설에서 "향후 2년간 코로나19 방역과 개발도상국 보건 지원에 추가로 20억 달러를 내겠다"고 약속했다.[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연설에서 "향후 2년간 코로나19 방역과 개발도상국 보건 지원에 추가로 20억 달러를 내겠다"고 약속했다.[AFP=연합뉴스]

그는 이날 별도로 WHO에 관해 "기본적으로 그들은 행동을 정화해야 하며 미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에 훨씬 더 공정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더는 참여하지 않고 별도의 방식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편향과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관한 즉각 조사와 같은 시정 조치 없이 탈퇴하겠다고 못 박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WHO 탈퇴 위협에도 불구하고 18~19일 열린 WHO 총회는 시진핑 주석이 압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트럼프 대통령은 WHO 총회에 불참하는 대신 탈퇴를 위협하는 서한을 보내 옹졸함을 보이며 리더십은 포기했다"며 "중국이 승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도운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이 목표한 바이러스의 근원과 중국의 책임에 관한 즉각적인 조사와 대만 옵서버 지위 부여는 모두 불발됐다.

당초 18일 총회에서 호주가 제안한 "코로나19의 원천과 발병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에 관한 국제조사를 시작한다"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려 했지만, 안건에 오르지도 못했다.

대신 WHO는 19일 "'가장 빠르고 적절한 시기'에 공정하고, 독립적이고, 포괄적인 국제적인 팬데믹 대응에 관한 평가를 시작한다"는 유럽연합(EU)이 초안을 작성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발원지 조사는 물론 중국과 우한이란 표현도 빠진 맥빠진 내용이었다.

포린폴리시는 이를 "중국과 WHO 지도부(테드로스아드하놈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가 즉각 조사는 팬데믹 대응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진정된 뒤 조사를 하자며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의 대만 초청 제안도 테드로스 사무총장이 "회원국들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버티면서 6개월 뒤 다음 총회로 미뤄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책임론은 교묘하게 회피하면서 WHO 1년 전체 예산에 맞먹는 20억 달러를 향후 2년에 걸쳐 내겠다고 밝혀 세계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다.

미·중 무역 전쟁 재개 카드는 대가가 더 클 수 있다. CNN은 국제신용평가사 S&P를 인용해 "1단계 무역합의를 파기하고 고율 관세전쟁을 재개하는 것은 무역·투자를 저해해 2020년 세계 경제회복 엔진의 전원을 끄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IMF가 올해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래 최저치인 -3%로 침체할 것이라고 전망한 가운데 회복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뜻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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