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죽음의 계곡' 저멀리에 희망의 불빛이 반짝!

중앙일보

입력

현재 글로벌 경제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저 멀리에서 희망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

인간 활동을 멈추게 한 코로나, 교통량 데이터는 신호등 #미국, 유럽 운전자 지도검색 데이터 빠르게 회복 중 #중국 100대 도시 도로는 지난해만큼 밀리기 시작해 #다만, 실제 경제 회복은 나이키 로고처럼 더 디게 나타날 듯 #

영국 경제분석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의 사이먼 맥애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 2분기에 글로벌 총생산이 심하게 위축되고 있지만, 사람들의 활동량이 저점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맥애덤이 주목한 활동량은 애플지도 검색, 대중교통이용자수 등이다. 이들 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이 낳은 경제위기에선 적잖은 의미를 갖고 있다.

애플지도 거리 검색이 늘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애플지도 거리 검색이 늘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영국 투자자문사인 옥스퍼드메트리카 로리 나이트 회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코로나19 경제위기는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인간의 이동이나 활동이 줄어드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하곤 했다.

미국ᆞ독일 운전자의 지도검색은 가파르게 늘어

나이트의 말대로라면, 경제회복의 가장 빠른 신호는 인간 이동 증가다. 마침 의미있는 신호가 포착됐다. CE에 따르면  ‘애플지도 검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운전자의 길 찾기 검색건수가 많이 회복했다는 얘기다. 기준은 올해 1월13일이다.

코로나19 두려움이 극에 달한 3월 하순에는 미국과 유럽 주요 나라의 검색 건수가 기준치의 30~60% 수준까지 줄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독일 검색은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이전 수준과 엇비슷하다.

다른 나라도 회복세가 또렷한 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휘발유 소비가 눈에 띄게 회복하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중국 도로는 이미 지난해만큼 혼잡해졌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본격화한 곳이다. 먼저 매 맞은 나라인 셈이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수 증가 추세가 주춤하고 있다. 한 자리수 정도 늘고 있다.

중국에선 이미 교통체증이 시작됐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중국에선 이미 교통체증이 시작됐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서인지, 요즘 중국 100대 도시의 도로는 지난해 수준만큼 밀리고 있다. 중국인들이 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흐름이 지난해와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또 베이징 등 9대 도시의 지하철 승객수는 지난해 주간 평균치의 60% 남짓까지 늘어났다.

미국 코로나 사태의 핵심지역인 뉴욕의 지하철 승객 숫자도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회복 흐름을 보인다. 코로나 사태 이전 뉴욕의 지하철 승객은 주당 3000만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공포 절정기엔 주당 300만 수준으로 급감했다. 최근엔 4주 연속 증가 흐름을 보여 360만 명 수준에 이르렀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열차나 비행기 등 한정된 공간에 오랜 시간 낯선 사람과 머물러야 하는 장거리 이동의 회복은 더디다.

글로벌 경제는 2022년에도 평년 수준에 이르지 못해   

지도검색이나 교통량 등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고주파 데이터(high frequency data)’로 불린다. 상황을 거의 실시간 알려주지만, 순식간에 변덕을 부려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는 스우시(나이키 로고) 모양으로 회복하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세계 경제는 스우시(나이키 로고) 모양으로 회복하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맥애덤은 “중국 소매 매출이 단기적으로 급격히 늘었지만, 이후 주춤하고 있다”며 “경제기반이 아주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 예산국(CBO)은 미 경제 성장률 올해 2분기에 마이너스 3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 바람에 글로벌 경제는 저점 탈출은 빠르지만, 느리게 회복하는 ‘스우스(swooshᆞ나이키 로고) 패턴’을 보일 것으로 CE는 내다봤다. 2022년에도 글로벌 총생산이 정상치보다 2.6% 정도 적을 것으로 예측됐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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