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아복제 기술 어느 수준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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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배아 복제 과정

배아복제기술이 차세대 의학의 핵심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권위있는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올해초 1999년 인류가 거둔 과학계 최대의 업적으로 배아복제기술을 선정했으며 최근 영국정부는 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초로 치료 목적의 배아복제를 허용했다.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교수의 배반포 단계 인간 체세포 복제성공과 영국과 일본 연구진의 돼지복제 성공 등 96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 이래 봇물 터지듯 배아관련 신기술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배아(胚芽) 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을 형성한지 간이나 폐 등 내부장기를 형성하기 직전인 14일 이내의 세포덩어리.

현재 배아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응용되고 있는 분야는 시험관아기 등 불임치료다.

시험관아기시술이란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에서 인공적으로 수정시킨 뒤 8세포기에 해당하는 3일까지 키워 모체의 자궁 내에 착상시키는 방법. 78년 영국의 루이스 브라운이 처음 태어난 이래 지금까지 30만여명의 아기들이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탄생했다.

최근 불임치료술은 포배기배아 이식술로까지 기술이 확대된 상태. 수정후 5~6일까지 배양기간을 늘여 포배기 배아단계까지 시험관 내에서 키운뒤 자궁 내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마리아산부인과 임진호원장은 "포배기배아 이식술의 경우 우수한 배아를 1~2개만 선택적으로 자궁 내에 넣어줄 수 있으므로 수정란을 무더기로 넣어 다태아을 임신하는 기존 시험관아기시술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게다가 정상임신과 똑같은 시기인 수정후 5~6일쯤 자궁에 착상시키므로 3일만에 조기착상하는 시험관아기시술에 비해 임신성공률도 높은 장점이 있다.

포배기배아 이식술은 마리아산부인과.차병원.미즈메디병원 등 국내 불임센터에서 활발히 시술되고 있다.

그러나 배아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부작용없는 장기의 무제한 제공에 있다.

원하는 양만큼 얻을 수 있어 기증장기의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다 복제된 배아는 자신과 똑같은 유전형질을 지니고 있으므로 거부반응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복제양 돌리를 만든 영국의 로슬린연구소나 인간의 체세포 핵을 소의 난자에 융합시키는데 성공한 미국의 ACT사 등 세계적인 첨단생명공학기업이 배아복제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최근 황우석교수의 체세포 배아복제의 성공에서 보듯 국내기술도 세계수준에 뒤지지 않고 있다.

황교수팀의 방식은 사람의 귀에서 피부세포를 떼어낸 뒤 유전자가 담겨있는 핵만을 따로 뽑아내 핵을 제거한 난자와 융합시키는 것.

황교수는 "전기충격 등 방법을 통해 난자와 핵을 융합시킨뒤 시험관 내에서 10일동안 평균 1백40개의 세포덩어리로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고 밝혔다.

98년 경희대병원의 4세포기나 99년 미국 ACT사의 8세포기에서 배반포(胚盤胞) 단계까지 배양하는데 성공한 앞선 방식이다. 그러나 넘어야할 산은 아직도 많다.

뼈나 혈액, 간이나 폐 등 원하는 장기의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얻으려면 배반포 단계에서 떼어낸 내부세포덩어리를 간세포(幹細胞) 까지 분화시킨 뒤 배양해야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황교수는 "현재 간세포의 배양성공 직전까지 연구가 진행 중" 이라며 "이 기술이 완성되면 장기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간세포란 = 배반포 단계를 지나 심장.폐 등 특정 장기로 분화가 결정된 미성숙 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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