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文 "5·18 연설, 진실 고백과 용서···남아공 인종차별 모델 고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 제2묘역에서 고(故) 이연 씨 묘를 참배한 뒤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고인은 전남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0년 5월 27일 YMCA 회관에서 계엄군과 총격전 중 체포되어 전신 구타를 당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 제2묘역에서 고(故) 이연 씨 묘를 참배한 뒤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고인은 전남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0년 5월 27일 YMCA 회관에서 계엄군과 총격전 중 체포되어 전신 구타를 당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제라도 용기를 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5ㆍ18 40주년 기념식에서 한 연설의 핵심으로 이 문장을 꼽는다. “취임 첫해부터 해 온 말이자, 문 대통령의 일관된 철학”이라면서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19일 참모들에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화해위원회 모델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960년대부터 있었던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조사한 기구로 남아공 최초의 민주적 선거로 당선된 넬슨 만델라가 설치했다. 1995년 12월부터 1998년 7월까지 활동하면서 공소시효를 배제한 채 2만1000여명의 증언을 청취했다. 이를 토대로 가해자 7512명을 조사해 이중 상당수를 처벌했지만 849명은 사면했다.

문 대통령의 "진실 고백과 용서"라는 언급은 이와 연관돼 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가해자가 먼저 고백해야 진상 규명과 실체적 사실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인식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선공약으로 검토했던 방안이다. 당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진실화해위를 만들어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과거사로 고통받은 분들의 진실을 규명하고 화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다만, 40년 전의 사건으로 공소 시효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강 대변인은 “앞으로 5ㆍ18 진상조사가 이뤄질 텐데 공소시효 문제를 어떻게 풀지는 국회의 몫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소시효나 처벌과 무관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청와대의 의지는 강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ㆍ18을 자행한 전두환의 측근이었던)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뭘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했고, 지만원씨는 여전히 5ㆍ18이 폭도들에 의한 폭동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며 “진실을 고백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역사 왜곡과 음해가 일부에서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역사왜곡죄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고 논의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전날 기념식에서 “오늘의 패배가 내일의 승리가 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강 대변인은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가 계엄군이 무자비한 진압 작전을 벌이기 하루 전이었던 5월 2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오늘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고 했고, 윤 열사는 다음날 새벽 총에 맞아 사망했다”며 “문 대통령은 그 표현을 인용하면서, 윤 열사의 믿음대로 5ㆍ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역사가 됐다고 응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기념식에는 KBS·MBC 사장이 참석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5ㆍ18 당시 불탄 광주 MBCㆍKBS 등을 언급하며 “KBS는 어제 뉴스 시간에 당시 상황을 방송하면서 왜곡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며 “이게 진실 고백과 화해의 수순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편, 전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의 입술이 부르튼 것 같은 장면이 포착된 것과 관련해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피곤해서 입술이 부르튼 것이냐는 질문이 많았는데, 대통령은 ‘피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문 대통령도 왜 부르텄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