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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서 직접 접촉 없었는데 감염···코로나 공기로 전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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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중앙포토

코로나19 바이러스. 중앙포토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으로 발생하고 노래방을 매개로 4차 감염까지 일어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상당히 먼 거리까지 전파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노래방·클럽에선 직접 접촉 없이 감염 #미세 침방울 속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WHO, 병실 상황에선 제한적으로 인정 #긍정 "공기 중에서 '사스'보다 안정적" #부정 "직접 접촉에 비해 무시할 정도"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가왕 코인노래방에서는 확진자와 같은 시간이지만 다른 방에서 노래 부른 사람들이 감염됐고, 서울 관악구 별별 코인노래방에서는 확진자가 이용하고 나간 지 3분 뒤 같은 방에서 노래한 사람이 감염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지난 17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코인노래방은 방이 굉장히 좁고, 밀집해 있으며, 환기가 불충분하다"며 "보통 노래를 부르고 나올 때 방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는데, 공용 공간인 복도로 공기가 확산이 돼서 주변에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노래방 이용객 사이의 코로나19 전파가 문고리·마이크 등을 만진 탓일 가능성도 있지만,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가 원인일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과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것일까.

침방울 전파와 공기 전파 차이는

혼자 있을 때는 물론이고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 등으로 입을 가려 침이 튀는 것을 막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여러 사람들에게 퍼져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을 묘사한 ‘Catch it, Bin it, Kill it’ 캠페인. [사진 NHS]

혼자 있을 때는 물론이고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 등으로 입을 가려 침이 튀는 것을 막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여러 사람들에게 퍼져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을 묘사한 ‘Catch it, Bin it, Kill it’ 캠페인. [사진 NHS]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월 29일 발표한 '과학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호흡기 감염은 다양한 크기의 침방울(비말)에 의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지름이 5~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보다 큰 침방울은 '호흡 침방울'이라고 하고, 5㎛보다 작은 것을 '침방울 핵(droplet nuclei)', 즉 에어로졸(Aerosol)이라고 한다.

침방울을 통한 전파는 기침이나 재채기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가까운 거리(1m 이내)에 있었을 때 입이나 코의 점막, 눈의 결막에 침방울이 닿았을 때 일어난다는 게 WHO의 설명이다.
또, 악수 등 감염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감염자가 사용했던 온도계 등을 만졌을 때, 감염자 침방울·콧물에 오염된 주변 물체와 접촉했을 때도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공기 전파(airborne transmission)는 미세한 침방울인 에어로졸을 통한 전파를 말한다.
공기 중에서 긴 시간 떠 있으면서, 1m 이상 떨어진 사람에게도 전파되는 상황이다.

1초당 말하기·기침·재채기의 ‘비말’ 생성 차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초당 말하기·기침·재채기의 ‘비말’ 생성 차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WHO는 현재로써는 사람 사이의 직접 접촉과 호흡 침방울로 인한 전파가 주된 경로로 보고 있다.

'과학 브리핑'에서도 중국에서 보고된 7만5465건의 사례 중에서도 공기 전파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WHO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기도(氣道) 관 삽입, 기관지 내시경 검사, 분무 치료, 환자 자세 전환, 환자의 인공호흡기 분리, 기관 절개술, 심폐 소생술 등 특정 상황·조건에서 에어로졸이 발생해 공기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며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상황에서는 공기 전파에 대한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공기 중에 오래 버티며 생존

코로나19 바이러스. 중앙포토

코로나19 바이러스. 중앙포토

공기 중에서 16시간 동안 떠있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체적인 형태는 유지하고 있다. 중앙포토

공기 중에서 16시간 동안 떠있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체적인 형태는 유지하고 있다. 중앙포토

"코로나19 공기 전파 가능성에 대한 증거는 계속 쌓이고 있다."
지난 7일 조셉 앨런 미국 하버드 T.H.찬 공중보건대학원 환경보건과 교수와 린지 마르 버지니아텍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논문 사전 검토 사이트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 가능성 재검토'란 논문을 올렸다.
이들은 논문에서 "세 가지 측면에서 바이러스가 공기 전파가 이뤄진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공기 중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생존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핵산(RNA)은 병원·백화점 근처의 붐비는 지역에서 환자와 2m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실외 공기를 포함한 병원의 여러 지점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지름 2.5㎛ 이하의 에어로졸과 관련돼 있고, 이는 공기 중에 2시간 이상 떠다닐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시간의 반감기를 가지면서 공기 중에서 3시간 동안 생존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 바이러스 RNA가 환자가 있던 병실의 배기구나 팬(fan) 표면에서도 검출된 사례가 있는데, 감염 환자의 침방울이 직접 닿을 수 없는 곳이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큰 침방울에서 생존한다고 가정하면 바이러스가 에어로졸에서는 생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무증상 감염자는 공기로 전파"

지난 3월 대만 타이페이 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파티션을 친 상태에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3월 대만 타이페이 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파티션을 친 상태에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앨런 교수 등에 제시한 두 번째 증거는 무증상 환자로 인한 감염 사례다.

무증상 환자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큰 침방울을 자주 생성하지 않는다.
무증상 환자로 인한 전파는 다른 형태의 전염, 즉 에어로졸과 공기 전파로 인해 발생해야 한다.

인플루엔자 환자의 경우 기침 없이 일상적으로 호흡하고 말할 때도 바이러스 입자를 방출할 수 있다.

세 번째 증거는 에어로졸의 물리학과 관련이 있다.
호흡과 대화, 기침 등에 의해 방출되는 바이러스 함유 침방울은 지름 0.01㎛에서 수백㎛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으로 분포한다.
누군가가 작은 것은 방출하지 않고 5㎛ 이상의 큰 침방울만 방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물리학적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사람들이 30㎝ 이내의 거리에 있지 않거나, 침방울이 아주 크지 않는 경우에는 입·코·눈에 닿는 큰 침방울과의 접촉보다는 작은 에어로졸의 흡입으로 감염된다는 것이다.

앨런 교수 등은 "큰 침방울뿐만 아니라 공기 중의 입자를 통해서도 코로나19가 전파된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며 "새로운 과학적 증거에 비춰 의료 종사자와 일반 대중을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인 지침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m 거리도 부족하다는 주장도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기침을 통해 배출되는 에어로졸의 모습. 중앙포토

기침을 통해 배출되는 에어로졸의 모습. 중앙포토

지난달 24일 이탈리아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환경연구와 공중보건(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에 "코로나19의 공기 전파 경로: 2m(6피트) 거리 두기가 충분하지 않은 이유'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WHO와 각국 정부 보건당국에서는 사람의 입과 입 사이 침방울을 통한 코로나19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개인 간 1.5~2m의 거리 두기를 권장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2m 거리를 넘어 전파된다는 가설을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유행했던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의 경우 가까운 거리에서 공기 전파가 일어났는데, 사스 바이러스와 비교하면 에어로졸 상태와 물체 표면에 붙었을 때 더 안정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연구팀은 "바이러스를 함유한 작은 입자가 실내 환경에서는 환자로부터 최대 10m까지 날아갈 수 있다"며 "2m 거리 두기는 모든 사람이 일상 활동에서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기 전파 가능성 작다는 전문가도

지난 2월 대구 중구 대봉동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에서 전문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대구 중구 대봉동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에서 전문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논문 사전 리뷰 사이트(medRxiv)에 '코로나19 전(前) 증상 감염자의 실내 전파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라는 논문을 공개한 이스라엘 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공기 전파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 전파 ▶감염자가 만진 물건을 다시 만졌을 때의 전파 ▶감염자 침방울이 내려앉은 물건을 만졌을 때 ▶감염자 침방울·에어로졸에 노출된 경우 등 4가지 전파 경로로 구분, 수학적 모델로 각각의 전파 가능성을 따졌다.

분석 결과, 사람과 사람이 직접 접촉했을 때 전파 가능성이 60~80%로 가장 높았고, 감염자가 만진 물건을 다시 만졌을 때가 20~40%로 그다음으로 높았다.

감염자 침방울에 의한 전파, 특히 공기를 전파의 경우 감염에 필요한 바이러스 입자 수의 1% 미만만 도달해 전파 가능성은 아주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팀은 "증상이 나타나기 30시간 전부터 '전염 시기'가 시작되고, 증상 발현 시점에 근접할수록 전파 가능성도 커진다"며 "손을 자주 씻고 감염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한다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는 것처럼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전 예방원칙에 따라 조심을"

지난 2017년 1월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상을 갖춘 조선대병원 음압격리병실 내에서 지난 2월 신종 감염병 모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7년 1월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상을 갖춘 조선대병원 음압격리병실 내에서 지난 2월 신종 감염병 모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침방울 전파와 에어로졸에 의한 공기 전파를 딱 잘라서 구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주 큰 침방울부터 작은 침방울까지 크기 분포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침방울이 환자로부터 배출된 후 침방울의 수분이 순간적으로 증발할 경우 침방울의 크기가 작아지고 가벼워져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호흡 침방울 전파가 바로 공기 전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아직 공기 전파가 과학적으로 완전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특수 상황에서는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게 현재 WHO의 입장이다.

확실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더라도 '사전 예방의 원칙'에 따라 공기 전파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간주하고 미리부터 조심해도 나쁠 것은 없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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