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중국이 펼치고 있는 공격적인 외교는 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로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중국 외교의 네 가지 문제점을 적시해 눈길을 끈다.
첫 번째는 중국의 요란한 코로나 방역 물자 제공 행태다. 중국은 현재 마스크와 방호복, 의료 장비 등 세계 최대의 방역 물자 제공 국가다. 한데 유럽 등 각국에 이를 보내며 지나치게 생색을 낸다는 것이다.
지원을 받는 국가는 단순히 물품 제공에 대한 감사 표시만 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 통제에 성공한 중국 지도자의 리더십을 칭송하는 말 등을 보태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중국의 행태는 불과 몇 달 전 중국이 의료 지원을 받을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은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던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29일까지 무려 20억장의 마스크와 2500만 벌의 방호복을 수입했다. 이 중 일부는 중국 내 공장을 가동 중인 외국 기업을 통해 이뤄졌다.
중국 정부는 이들 외국 기업에 조용하게 접근해 도움을 호소하며 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지도록 요구했다. 한데 코로나 상황이 뒤바뀌자 중국 당국의 태도가 180도 바뀌어 외국에 대한 지원을 대대적인 선전 계기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의 코로나 외교가 중국 체제에 대한 선전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가 코로나를 봉쇄하는 데 우월성을 보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중국이 세계 리더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코로나 사태 초기 은폐와 기만이 이뤄졌던 문제점은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세 번째는 중국 외교관의 거친 입이다. 많은 외교 전문가가 중국 외교관의 말이 비외교적이며 비전문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프랑스주재 중국대사관이 대사관 홈페이지에 프랑스 요양원 직원이 근무 중 도망가 노인들을 죽음에 빠뜨리게 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린 게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이로 인해 루사예(盧沙野) 중국 대사는 프랑스 외무장관으로부터 긴급 초치되는 일을 겪었다.
중국 언론의 억지 주장도 중국의 코로나 역경에 대한 세상의 연민을 해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코로나를 잘 통제했으므로 미국과 세계는 중국에 사과해야 하고 또 감사하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한 중국 국영 언론의 보도가 좋은 예로 꼽힌다.
마지막은 중국의 불량 코로나 물자다. 마스크와 진단 키트 등에 대한 중국 당국의 품질 점검은 4월 들어서야 이뤄졌다. 그 이전 해외로 수출된 코로나 방역 물자가 잇따라 불합격 판정을 받으며 중국의 이미지에 커다란 상처를 안겼다.
익명을 요청한 중국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중국엔 국제 사회의 마음을 얻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국가를 선별해 방역 물자를 제공했는데 이게 중국에 대한 유럽의 경계심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한편 SCMP는 지난 13일 캐나다에서 이뤄진 여론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은 14%로 6개월 전 2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5년 이래 최악의 수치다. 반면 85%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대해 정직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방역 물자 제공하면서 지나친 생색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 선전하고 #외교관의 거친 언사도 반감 불러 #'불량 방역 물자' 중국 이미지 먹칠 #캐나다인 85%가 “중국은 부정직” 응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