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응급실 "분업은 없다"

중앙일보

입력

2일 새벽 서울 모 종합병원 응급실. 감염성 설사 환자의 보호자들이 "응급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약을 줄 수 없다" 는 병원의 설명을 듣고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소란을 피웠다.

보호자들은 "이 밤에 문을 연 약국이 없는데 원외처방전을 끊어주면 어떻게 하느냐" 며 거칠게 항의했다.

의약분업을 1일 전면 시행하면서 야간에 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 정한 응급증세를 앓지 않으면 원외처방전을 받아 병원 밖 약국에서 약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약국들이 오후 10~12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조제할 데가 없다는 점이다.

비응급대상으로 분류된 환자들은 진료비에 대해 의료보험 혜택을 못받고 응급실관리료(1만5천~3만원) 까지 물면서도 약을 못타게 되자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 응급수가 기준에 따르면 응급증상은 ▶급성의식장애▶급성호흡곤란▶3세 이하의 소아 고열▶골절.외상 등 36가지다.

하지만 이 증상을 적용하는 기준이 병원마다 다르다.
서울대.신촌세브란스병원 등은 거의 모든 환자를 응급환자로 처리해 원외처방전을 발행하지 않고 있다.
반면 중앙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1일 오후 10시부터 12시까지 환자 40명 가운데 25%에 해당하는 10여명에게 원외처방전을 발행해 환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복지부는 "비응급환자는 급하지 않기 때문에 다음날 약을 먹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고 말했다.

건강연대 건강네트워크실장 허윤정(許允精) 씨는 "24시간 영업하는 동네의원과 약국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환자 눈높이를 외면한 응급규정은 시급히 보완돼야 한다" 고 말했다.

정용환.전진배.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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