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바이러스 유전자 요법 암퇴치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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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세포만 골라 죽이도록 변형된 감기바이러스를 표준 화학요법과 함께 처방하면 암 환자들에게 강력하면서도 지속적인 치료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과학자들이 1일 밝혔다.

과학자들은 미국의 제약회사 오닉스가 흔한 감기 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를 변형해 개발한 ONYX-015를 암 치료에 활용한 결과, 뇌암과 경부암 환자 30명 가운데 25명이 종양의 크기가 줄어드는 등 병세가 크게 호전됐다고 말했다.

영국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추진중인 MD 앤더슨암센터 연구진은 의학 전문지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방법으로 8명의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ONIX-015가 세포들이 화학요법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하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유전자 요법을 이용한 암치료의 선구자인 윌리엄 프랜치 앤더슨 박사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몇 명만의 환자가 참여하는 1단계 임상실험을 넘어 상당수 환자의 종양이 완전히 사라져 재발하지 않는 2단계 임상실험이 최초로 진행됐다"면서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1단계 임상실험은 극소수의 사람만을 대상으로 새로운 치료법의 안전성만을 판단하는 것으로 이 단계에서는 종양이 사라졌다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2단계 임상실험은 보다 많은 수의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지만 안전성이 최종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치명적인 상황에 이른 환자들이 주로 참여하게 된다.

치료법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은 3단계 임상실험으로 여기에서는 수많은 말기 환자들이 참여해 확실한 치료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50만명 정도가 뇌암과 경부암 진단을 받으며 이 가운데 30%가 숨진다.

목과 머리에 최대 테니스공만한 종양이 생기는 뇌암과 경부암은 초기단계에서는 수술을 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하지만 대부분 재발하기 때문에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다.

의사들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대체하기 위해 화학요법을 시도해 왔으나 이 방법은 환자를 쇠약하게 할 뿐 생명연장 효과는 거의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앤더슨 암센터는 `암세포 사냥꾼´으로 변형된 감기 바이러스 ONYX-015를 화학요법과 함께 사용해 본 2단계 임상실험에서는 인간의 암 종양이 크게 축소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ONYX-015는 이미 쥐실험에서 암 종양의 크기를 현저히 축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뇌암과 경부암환자를 대상으로한 1단계 임상실험에서도 기본적인 안전성이 입증된 바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암은 일련의 유전자변이로 세포가 지속적으로 분열함으로써 발생하며 최후의 변이는 p53종양억제유전자에서 나타나게 된다.

p53은 원래는 세포의 다른 유전자중 하나가 손상되었을 경우 그 세포의 증식을 중지키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지만 암환자는 p53유전자가 손상되므로 세포의 암유발 변이를 자체적으로 통제하는 힘을 잃게 된다.

앤더슨 암센터측은 뇌암과 경부암 세포의 45~70%가 p53 유전자에 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분열을 계속하게 된지만 ONYX-015는 정상적인 p53 유전자가 결핍된 세포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아데노바이러스는 P53유전자의 단백질을 무력화시키는 단백질을 만들어 세포의 증식기능을 장악한뒤 스스로 새로운 바이러스를 증식시켜 세포를 죽이게 되지만 변형된 아데노바이러스인 ONYX-015는 p53을 무력화시키는 기능이 제거됐기 때문에 p53단백질을 정상적으로 만들어내는 건강한 세포는 건드리지않고 p53단백질이 없는 암세포만을 공격한다.

연구진은 ONYX-015와 통상적인 화확요법 치료제인 5-FU와 시스플라틴을 함께 처방한 결과, 환자 30명 가운데 25명의 암세포가 줄어들었으며 6개월 이후성장을 계속한 암세포는 17%에 불과했다면서 이로써 화학요법과 유전자요법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암억제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고 밝혔다.(뉴욕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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