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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다리 클리닉 못믿을 비방 판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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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 지난후 한해 적어도 4cm는 자라야
성장호르몬 투여만 하면 키 커지나

키 크기 붐이 일고 있다.

다 자란 유명탤런트의 키를 키우는 한방치료법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는가 하면 이에 편승해 키 크기 인터넷 사이트가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성장클리닉을 표방하는 병.의원도 양.한방 가릴 것 없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서울 S한의원, 대전 N한의원 등 전국적으로 30여개 한의원에서 성장클리닉을 운영 중이며 유명종합병원에 개설된 왜소증 치료 클리닉도 30군데를 넘는다.

방학 동안 자녀들의 키를 조금이라도 더 키우려는 부모들의 욕구까지 겹쳐 전국적으로 롱다리 신드롬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키 크기 치료법이 과학적 검증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비방으로 둔갑해 과열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일부 한의원에서 개발해 선전하고 있는 성장촉진제.

성장촉진 환약을 시판 중인 서울 S한의원은 인터넷을 통해 "이를 복용하면 1년에 8~12㎝씩 키가 자라며, 여기에 키 크기 체조까지 병행할 경우 추가로 3~5㎝ 정도 더 자랄 수 있다" ?광고하고 있다.

서울 K한의원도 "이미 성장이 멈춘 20대 성인 3백92명을 대상으로 한방제재와 운동.영양 요법을 6개월 동안 적용한 결과 평균 2㎝ 정도 키를 늘이는데 성공했다" 고 발표했다.

한의사가 아예 성장치료제를 판매하는 회사를 차린 경우도 있다.

서울 S한의원은 S사를 설립해 성장 환약을 시판하고 있으며, 대전 N한의원은 미국 수출용 한방성장촉진제를 만드는 N사를 설립해 대리점을 모집 중이다.

이들 치료제는 3개월치가 보통 30~40만원이며 효과를 보기 위해선 1년은 복용해야 한다는 것. 최소 1백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S한의원의 경우 4세에서 시작해 남자는 중학교 3학년까지, 여자는 초경 후 1년까진 한의사의 진찰 없이도 환약을 구입해 복용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성장촉진제의 효능에 대한 객관적 입증이 부족하다는 것.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신약 허가 때 거치는 까다로운 임상시험과 달리 이들 성장촉진제는 건강보조식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시.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된다" 고 말했다.

설령 키가 자랐다 하더라도 과연 성장촉진제 때문인지 원래 키가 자랄 시기가 되어 자란 것인지 구분도 모호하다.

게다가 성장판이 이미 닫혀 키가 자랄 수 없는 성인도 효험이 있다는 것은 현대의학이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다.

한방에서도 키를 크게 하는 방법으로 공인된 것은 없다는 지적이다.

경희대한의대 두호경 교수는 "동의보감 등 한방 원전에도 키를 크게 하는 처방은 없다" 며 "최근 효능이 불분명한 성장촉진제가 난립해 과열을 빚고 있는 것은 사실" 이라고 밝혔다.

양방에서 남용하고 있는 성장호르몬주사도 문제다.

성장호르몬 결핍증.만성 신부전증.터너증후군 등 성장호르몬 주사가 꼭 필요한 환자도 아니고 단지 유전적으로 키가 작은 경우에도 일부 병.의원에서 시술되고 있기 때문.

서울중앙병원 소아과 유한욱 교수는 "유전적으로 작은 키를 물려받은 경우 성장호르몬을 투여해도 성인이 됐을 때 최종신장이 커진다고 볼 수 없다" 며 "비용과 부작용까지 감안한다면 성장호르몬 치료는 꼭 필요한 환자에게 투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조언한다.

일부 병원에서 시술하는 키를 크게 하는 일리자로프 수술도 남용사례 중 하나. 이 수술은 다리를 일부러 골절시켜 뼈 간격을 넓혀줌으로써 부러진 부위에 새로운 뼈가 메워지면서 키를 크게 하는 방법. 이 시술법으로 1-2개월에 1cm씩 자라게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키가 크려면 뼈만 자라는 것 뿐 아니라 신경.근육.혈관 등 여러가지 주변조직도 같이 자라야 하기 때문에 생리적으로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억지로 키를 늘리면 일상생활을 몰라도 등산 등 힘든 운동을 하기엔 기능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대의대 소아정형외과 최인호 교수는 "이 시술법은 다리기형이나 교통사고.질병 등으로 다리의 길이가 달라졌을 경우, 병적인 왜소증을 보인다든지 할때에 활용하는 것이 원칙" 이라고 강조한다.

의학적으로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영양 섭취.호르몬 분비.유전적 요인.질병 등을 꼽을 수 있다.

때문에 키가 크지 않을 경우 여러 요인을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가난했던 시절에 성장기를 보냈던 부모들보다 먹는 걱정 없이 지내는 자녀들의 키가 훨씬 큰 사례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유전적으로 키가 작은 사람을 억지로 키를 키울 수 있는 비방은 없다는 것이다.

황세희.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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