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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3개월 연속 "경기위축" 진단…코로나에 수출 감소 직격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3개월 연속 경기가 위축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서비스업을 넘어 제조업에 대한 타격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따른 수출 감소가 직격탄이 됐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선행지표(제조 장비 수입액)도 확 나빠졌다.

월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월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KDI, "내수위축→고용 부정적 영향"

KDI는 이 같은 내용의 '5월 경제동향'을 12일 발표했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 19의 부정적인 영향으로 소비와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기 위축이 심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2월까지만 해도 '경기 부진 완화' 진단을 했던 KDI는 3월부터 계속 '경기 위축'을 언급하고 있다.

경기 위축은 생산·고용·소비·투자 등 경기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KDI는 “수출 물량 감소로 국내 자동차 공장이 부분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다”며 “4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기업체가 느끼는 체감경기)가 전월에 이어 하락하며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제조업에도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비스업 생산 부진…취업자 19.5만명 '마이너스'

경제활동인구 증감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경제활동인구 증감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서비스업의 지속적 부진은 일자리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숙박·음식점업(-32.1%),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45.9%) 등 3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보다 5% 감소했다. 2000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4월 인천공항 여객이 97.3%나 줄고, 제주도 관광객도 내국인(-52.9%), 외국인(-99.3%) 할 거 없이 급감한 상황이어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취업자 수도 큰 폭으로 줄고 경제활동 참가도 전반적으로 위축했다. 전체 취업자 수는 3월 들어 19만5000명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서비스업 분야 취업자 수 감소 폭이 31만4000명으로 가장 컸다. 제조업(-2만3000명), 건설업(-2만명) 등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도 62.4%로 2013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다. 실업상태에 있던 구직자가 구직을 단념하는 등의 영향으로 비경제활동인구도 51만6000명이 늘었다.

수출 감소에 투자심리도 악화 

수출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며 대부분 품목과 지역에서 급감했다. 4월 수출액은 24.3% 감소해 전월(-0.7%)보다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자동차·반도체·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 모두 뒷걸음질 치고 있다. 11일 관세청은 5월 1~10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6.3% 급감했다고 밝혀, 수출 급락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기업 투자 심리도 좋을리가 없다.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설비투자 BSI는 지난해 4월 77.3에서 지난달 71.1로 하락했다. 이 지표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경기 호전을 기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심리가 위축되면서 투자 위축도 가시화했다. 3월 설비투자지수는 9.8% 증가했으나, 선행지표인 자본재수입액 증가율은 1.3%로 전년 동월(14.9%)에 비해 악화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액 증가율은 전년 동월 182.4%에서 지난달 1.9%로 무려 180.5%포인트 감소했다.

소비위축에 저물가 재현 

근원물가 상승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근원물가 상승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생산·고용·수출·투자가 모두 악화하며 소비심리도 위축했다. 소비자심리지수(3월 78.4 →4월 70.8)는 계속 얼어붙고 있고, 소매판매액의 감소 폭(3월 -2.4%→4월 -8%)도 확 커졌다. 수요가 부진하자 물가는 다시 곤두박질쳤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로 전월(1%)보다 크게 하락했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0.1%에 그쳤다.

KDI는 이 같은 경기 악화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99.8)보다 1.2포인트 감소했고, 향후 3~6개월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9.6으로 전달보다 0.6포인트 감소했다. KDI는 "대외수요 감소로 수출이 급감하며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 위축이 지속할 전망"이라며 "특히 제조업은 4월 BSI 실적치가 큰 폭으로 하락(56 → 49)하며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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