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혈병 환자들 골수이식 올스톱

중앙일보

입력

만성골수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장현명(張賢明.23.여) 씨는 요즘 병세가 급성으로 번져 목숨을 잃을지 몰라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8월 초의 골수이식 수술을 기다려왔지만 6일 병원으로부터 ´수술이 한 달 미뤄졌다´ 는 통보를 받고 눈물만 삼키고 있다. 그는 기업에서 시간제로 근무하다 지난 2월 신체검사 도중 병을 발견했다. 동생과는 조직이 맞지 않아 적십자 골수은행협회.가톨릭 조혈모세포 정보은행을 샅샅이 뒤졌으나 실패했다.

결국 일본 골수은행에서 어렵게 기증자를 찾았지만 이번엔 수술이 연기된 것이다.

의료보험 통합으로 출범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옛 의료보험연합회) 이 심사위원단을 아직 구성하지 않아 1백여명의 백혈병 환자들이 8월 한달 동안 골수이식 수술을 못하게 됐다.

병원들이 무균병실을 2~5개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병실 부족으로 9월 이후 수술할 환자들(매달 1백여명) 도 일정이 한달씩 밀리게 됐다. 이는 복지부가 법안을 만들면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탁상행정을 한 탓이다.

이 때문에 환자와 가족들은 수술 시기를 놓쳐 병세가 악화되거나 급성으로 진행돼 생명을 잃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골수이식은 건당 수술비(평균 3천여만원) 가 비싸 평가원으로부터 사전에 의료보험 지급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매월 10일까지 신청해 넷째주에 심사받고 다음달에 수술한다. 그러나 평가원은 "심사위원단이 구성되지 않아 7월에는 골수이식 승인회의를 할 수 없으니 신청하지 말라" 고 최근 26개 골수이식 의료기관에 통보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1일 발효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새 원장이 이날 발령을 받아 기존의 심사위원단을 해산했다" 고 말했다. 평가원은 지난 4일 심사위원 모집 공고를 냈다.

이에 따라 여의도성모병원은 6일 대책회의를 갖고 환자(20~30명) 와 기증자들에게 수술이 연기된 사실에 대해 양해를 구하기로 했고, 삼성서울병원은 환자 7명의 수술을 미뤘다.

서울중앙병원의 한 담당의사는 "심사위원단을 미리 구성하지 않고 평가원이 출범한 게 말이 되느냐" 면서 "허술한 행정 때문에 화급을 다투는 수술을 못하게 됐다" 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백혈병 중 다섯가지(전체의 85%) 는 수술부터 먼저 하고 사후승인을 받으면 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수술을 했다가 사후승인을 받지 못하면 병원이 수술비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사후승인 제도는 의미가 없다" 고 했다.

백혈병 후원회인 새빛후원회 이철환 사무국장은 "기존의 심사위원단이 7월까지 심사할 수 있도록 경과규정을 둬야 한다" 고 강조했다.

신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