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뼈 붙여주는 ´흰 가루´ 개발

중앙일보

입력

일진그룹의 미국 현지법인이 손상된 뼈의 재생을 돕는 신물질(제품명 α-BSM) 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암세포를 주입한 실험용 동물에 투여한 결과 암치료 효과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진그룹 계열사인 ㈜일진과 ㈜일진소재가 1991년 1천만달러를 공동투자해 인수한 미국 보스톤 소재 ㈜이텍스(ETEX) 는 최근 화학적 결정구조가 뼈와 비슷한 신물질을 만들어 미국.유럽 의료 시장을 상대로 시판에 나섰다.

하얀 가루 형태인 이 신물질은 특정 액체와 반죽해 이를 주사기를 통해 골다공증 환자 등에 주입하면 손상된 뼈와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성형.두개골 치료용으로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안전국(FDA) 승인을 받았고 유럽에서는 뼈와 관련한 포괄적 치료제로 인정받아 유럽규격(CE) 을 따냈다.

또 찰스리버.다트마우스 등 미국 임상 실험기관에서 암세포를 보유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이 신물질을 항암제와 함께 투여한 결과 항암제를 단독으로 쓸 때보다 종양 크기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물질은 항암제가 암세포에만 영향을 미치도록 유도한 뒤 화학 반응을 통해 스스로 소멸돼, 항암제 투여로 정상세포까지 덩달아 손상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 의약업체인 미국 메드트로닉은 지난 3월 이텍스에 지분 투자하고 미국 시장에서 이 신물질의 독점 판매권을 따냈다.

이텍스는 존슨&존슨.아메리칸홈프로덕트(AHP) 등 의약업체와도 제휴를 추진 중이다.

◇ 이텍스〓미국 하버드 의대 생체재료연구 소장직을 맡고 있는 재미교포 이도석(李度奭.43) 박사가 90년 창업했다가 일진그룹에 경영권을 넘겼다.

李박사는 이 회사의 기술전문경영인(CTO) 으로 활동하며 미국 국립암센터 등과 이 신물질의 항암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일진그룹은 이 회사의 자본금 2천만 달러 중 60%의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메드트로닉스.李박사 등이 나눠 갖고 있다.

메드트로닉스는 뉴욕 증시에 상장한 세계적인 의료기기 업체로 시가총액은 6백억 달러에 이른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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