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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조건 없는 석방' 논란…법조계 "무죄 단정은 일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경심 동양대 교수(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가 10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고 있다.뉴시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가 10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고 있다.뉴시스.

법원은 정경심 교수에게만 특혜를 준 걸까, 혹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정도로 혐의가 중하지 않다고 본 걸까.

지난 8일 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을 연장하지 않고 조건 없이 석방하기로 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불구속 재판 원칙에 충실했다는 의견과 재판부가 정 교수에게만 일종의 ‘특혜’를 준 건 아니냐는 지적이 엇갈린다. 다만, 이번 석방으로 정 교수가 받는 자녀 입시 비리 및 불법 사모펀드 투자 혐의가 ‘무죄’로 가닥을 잡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의견은 공통된다.

MB는 자택 구금됐는데, 무슨 차이?

정 교수는 10일 오전 0시 5분쯤 수감돼있던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지난해 10월 24일 구속된 이후 200일 만이다. 검찰은 앞서 ‘정 교수가 불법 사모펀드 투자 혐의와 관련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으니 구속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240쪽 분량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다른 피고인과 비교하면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의 경우 6개월간의 구속 기간이 끝나 석방되는 것으로 일상생활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반면 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다른 주요 사건의 피고인들은 구속 만료 직전에 보석으로 풀어줬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까다로운 조건을 붙였다.

 지난해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해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해 7월 보석으로 풀려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7월 보석으로 풀려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겐 법원 허가 없이 일체 외출 금지, 직계 가족과 변호인 외 접촉 금지 등 조건이 붙었다. 지난해 7월 풀려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주거지 제한, 사건 관계인 등과의 연락 금지 등의 조건이 붙었다. 이를 위반하면 즉시 보석이 취소된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 기간 이 만료되자 법원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정권 인사만 특혜" vs "불구속 재판 확립"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는 “적폐청산 사건 등 정치적 사건의 경우 사법부가 마치 ‘구속 재판’이 원칙인 양 운영을 해오다가 현 정권의 유력 인사와 관련된 재판에서만 불구속 재판 원칙을 강조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불과 6개월 전 영장 전담 판사가 정 교수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는데 그 사이 특수한 사정 변경이 생긴 것도 아니고 피고인은 여전히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법무법인 새올)는 정 교수 석방에 대해 “불구속 재판 원칙이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대통령 관련 사건이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등 재판 기간이 길고 증인이 많으며 당사자가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재판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며 “이 경우 대부분 구속 재판을 했지만 피고인 입장에서는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재판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판부가 불구속 재판 원칙을 한 번 더 고심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도 “정 교수만 특혜를 받았다기보다 다른 피고인들이 사회적 사건이라는 이유로 유독 가혹한 조치를 받았던 것에 가깝다”며 “정 교수가 혐의가 사건의 규모나 죄질 면에서 국정농단이나 사법행정권 남용 등과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재판 갈 길 멀어…무죄와는 별개"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정 교수에 대한 ‘무죄’ 심증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또는 지속해서 구속 재판을 받아야 할 정도로 혐의가 중대하지 않다고 재판부가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구속기한 만료로 인한 석방은 재판의 유ㆍ무죄 여부와는 관련이 없는 거로 봐야 맞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 교수 재판은 자녀 입시 비리 혐의에 관한 부분만 진행됐으며, 공소 사실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불법 사모펀드 투자 혐의 관련 재판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오는 14일 재판에 불구속 상태로 출석한다. 이날 재판부는 정 교수와 변호인 앞에서 증거인멸이나 도주 시도를 하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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