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에…박원순 "집합금지 행정명령도 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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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클럽과 같은 다중밀접 접촉 업소에 대해서는 집합 금지명령과 같은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다. 당초 박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 없었다. 확진자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사회적 거리 두기마저 풀리면서 '생활방역'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서울에서만 11명의 확진자가 나오자 박 시장은 마이크 앞에 섰다. 서울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 2일 이후 6일 만의 일이다.

클럽 방명록에 '가짜 연락처' 많아, 이용객 1500명 추산

"코로나19 수습 중이었는데…" 

박 시장은 "예정에 없이 직접 발표에 나선 것은 서울에 11명의 확진자가 생겨났고, (코로나19가) 수습되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례라는 엄중한 현실 때문"이라고 말했다. 0명이었던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무더기로 나오게 된 것은 지난 6일이 시초였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20대 남성 A씨가 양성 판정을 받고, 안양시에 사는 A씨의 지인이 지난 7일에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역학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일 0시부터 새벽 3시50분까지 이태원에 있는 클럽 여러 곳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럽을 통해 감염 확산이 되었을까 우려한 서울시는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A씨가 들린 시간대에 킹클럽, 트렁크, 퀸을 갔던 사람은 2주간 외출과 접촉을 자제하고, 증상 시엔 보건소를 방문하라"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선별진료소에 찾아온 사람은 114명. 이 가운데 97명은 음성이었다. 하지만 11명이 양성으로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에서만 확진자가 A씨 및 클럽과 관련해 총 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집단감염이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씨가 지난 2일 새벽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뉴스1

사진은 이날 오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씨가 지난 2일 새벽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뉴스1

클럽 방문자 1500명…통신 기지국 동원해 파악

박 시장은 다급해졌다. "6명이 검사를 진행 중이고 앞으로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었다. 박 시장은 클럽 출입자 명부와 CCTV(폐쇄회로 TV) 자료를 파악했다. 클럽은 긴급 방역을 하고 폐쇄했다.

박 시장은 "입장 시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 작성 등 방역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했는데 업소가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그러나 "명단 일부가 부정확해 좀 더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클럽 방문자가 1500명에 이른다는 데 대해 서울시 나백주 시민건강국장은 "(명부가)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 (통신사) 기지국 관련 접속한 사람을 파악하는 절차를 동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앞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구로구 콜센터에서도 접촉자 파악 등을 위해 기지국 정보를 활용했다.

박 시장은 "이태원 클럽의 카드 전표 내용과 방문자 명단을 우선 파악하고, 추가 노출자를 확인해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접촉자의 가족과 지인 등 파악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시청 직원 13명과 용산구 보건소 직원 5명, 질병관리본부 3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된 즉각 대응반도 꾸렸다. 박 시장은 "주말에 생활방역을 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클럽 이용하는 청년 여러분들에게 특별히 주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규모 확진자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이라는 점을 겨냥해서다. 박 시장은 "만약 이 사태가 악화하거나 추가 확인되면 클럽과 같이 다중밀접 접촉 업소에 대해서는 집합금지 명령과 같은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싱가포르와 일본의 예를 들었다. 그는 "싱가포르 경우에도 외국인 숙소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일본에서는 청소년들이 식당, 유흥업소를 몰려다니면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전례들을 보면 이 부분(클럽 집단감염)도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철저하게 조사하고 파악되지 않은 분들에 대해서도 안전문자를 보내서 스스로 협조해 검사받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확진자 발생에 대해서 클럽이 몰려있는 용산구는 4명의 코로나19 양성 환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명은 외국인으로 A씨와 동시간대 클럽을 이용했던 이들로 2차 감염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용산구 관계자는 "명단에 연락처를 허위로 기재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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