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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안보라인 총출동 "중국, 코로나 은폐"…2차 무역 보복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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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는 진주만, 세계무역센터보다 심한 최악의 공격"이라며 "중국이 막을 수 있었는 데 원천에서 막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는 진주만, 세계무역센터보다 심한 최악의 공격"이라며 "중국이 막을 수 있었는 데 원천에서 막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AP=연합뉴스]

"이것은 미국이 받은 정말 최악의 공격이다. 중국이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차 세계대전) 진주만 공습보다, (9·11) 세계무역센터 공격보다 더 나쁘다"라며 중국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며 한 말이다. "발병 원천인 중국에서 막을 수 있었고, 막았어야 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2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과 제품 구매를 약속한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보복 관세 부과 등 2차 무역 전쟁도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美 농산물 구매 이행도 평가 중" #폼페이오 "우한硏 상당 증거, 中 샘플 안줘" #에스퍼 "좋은 사람 행세, 막후 무력 위협" #포틴저 "5·4 운동, 시민정부 목표 아니었나" #최초 고발자 리원량 띄우며 공산당 직격 #"신냉전은 경제위기, 지정학적 긴장 심화"

코로나19로 미국민 희생자가 7만3000명을 넘고, 국내총생산(GDP)에 연간 1조 달러(약 1227조원), 주가로는 4조 달러(약 4900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데 중국의 책임을 묻는 셈이다. 사태가 심각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혼자 말에 그치는 게 아니라 행정부 전체가 전면 공세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6일 코로나19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유출설과 관련 "확실한 근거는 아직 갖고 있지 않지만 상당한 증거를 갖고 있다"며 "중국은 바이러스 샘플을 여전히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6일 코로나19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유출설과 관련 "확실한 근거는 아직 갖고 있지 않지만 상당한 증거를 갖고 있다"며 "중국은 바이러스 샘플을 여전히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회견에서 "중국은 수십만 세계인의 희생을 막고 세계 경제 악화를 피할 수도 있었다"면서 "그들은 대신 우한에서의 발병 은폐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보건위원회는 1월 3일 바이러스 샘플 파괴를 지시했고, 경보를 올린 용감한 시민을 사라지게 하였고 그것이 우리를 120일 동안 사태가 계속되는 오늘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유출설에 관해선 "우리는 확실성(certainty)을 갖고 있진 않지만,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연구소에서 시작됐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장소에서 시작됐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인이 여전히 위험하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최초 감염자(patient zero)가 어디서 나왔는지 더 많은 증거와 확실성을 얻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지난 5일 회견에서 "중국이 세계에 마스크와 장비를 공급하며 좋은 사람 이미지를 홍보하지만 많은 경우 불량 장비"라며 "막후에선 힘으로 다른 나라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바이러스 근원에 대한 국제 조사에 참여하겠다는 호주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군 군함이나 베트남 어선을 침몰시키겠다고 위협했다는 점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었다.

대중 강경파인 매슈 포틴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지난 4일 버지니아대 밀러 센터에 한 중국어 화상 연설에서 "5·4 운동의 목표는 시민 중심의 정부를 성취하는 게 아니었나"라며 "세계는 여전히 중국인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백악관 유튜브]

대중 강경파인 매슈 포틴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지난 4일 버지니아대 밀러 센터에 한 중국어 화상 연설에서 "5·4 운동의 목표는 시민 중심의 정부를 성취하는 게 아니었나"라며 "세계는 여전히 중국인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백악관 유튜브]

앞서 월스트리트저널 베이징 특파원 출신으로 대중 강경파인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지난 4일 버지니아대 밀러 센터에서 한 중국어 화상 연설에서 "101주년을 맞은 5·4운동의 계승자는 때로는 큰 용기를 실천한 중국 시민들"이라며 "코로나19 발병을 처음으로 알린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그런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 뒤 소설가 루쉰(鲁迅)이 쓴 글을 인용해 "잉크로 쓴 거짓말은 결코 피로 쓴 사실을 숨길 수 없다"라고 했다.

그는 연설 말미에서 "5·4운동의 목표는 중국에서 정권 중심 모델을 또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중심의 정부를 세우는 게 아니었나"라며 "세계는 중국인들이 답을 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끝을 맺기도 했다. 포틴저 부보좌관의 발언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공산당 지배체제를 공개 비난한 셈이다.

미국은 이런 '말의 전쟁'에서 나아가 보복 조치를 구체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백악관과 의회가 중국을 상대로 글로벌 공급을 억제하고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라고도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중국이 지난 1월 서명한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규모는 불확실하지만 2차 무역 전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 관세와 관련, "앞으로 1~2주 내 중국의 합의 이행 결과를 보고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수사 및 처벌, 수출 제한 등 대규모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며 "거의 모든 각료급 인사가 적대적 입장을 보이거나 기존 베이징과의 협력 프로그램을 폐기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민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제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지난달 말 공개한 미국민의 중국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부정적 여론이 66%로, 2005년 조사를 시작한 뒤 가장 높았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만 20%포인트 이상 부정적 의견이 늘었다. 반면 우호적이란 답변은 26%로, 바닥이다.

미국민의 중국에 대한 인식 조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미국민의 중국에 대한 인식 조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대중 공세는 6개월 앞둔 11월 대선에서 유리하다는 정치적 계산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재선 캠프는 대중 강경책을 이번 대선 중심 이슈로 삼기를 바란다"라며 "이것이 노동자 지지층에 먹히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 유화적 태도에 결부시키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공화당은 지난달 말부터 전략 경합 주에 '나쁜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 시절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영상을 활용해 TV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특히, 포틴저와 같은 대중 강경파는 신냉전을 불사하더라도 코로나19를 활용해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트럼프 초기 NSC에서 중국 국장을 지낸 맷 터핀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중국 책임론 공방은 본질적으로 지정학의 역습"이라며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고 현실을 외면한다고 해서 상황은 나아지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에 제대로 맞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2021년도 국방예산안을 근거로 유사시 일본·대만·필리핀·보르네오를 잇는 제1열도선에 투입하기 위해 미 해병대에 중국 함정 킬러 대함미사일을 배치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 해군이 보유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개량형이라고 덧붙였다. 에스퍼 국방장관의 신형 중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 아시아 배치 계획 속에 대중 미사일 전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레이철 오델 퀸시연구소 연구원은 "미·중 공방은 서로의 실패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세계에는 아주 위험한 힘의 대결"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코로나19 사태를 연장하고, 경제 위기를 심화시키며, 무역 전쟁을 넘어 새로운 지정학적 긴장만 고조할 뿐"이라고도 우려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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