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전전하다 병세 악화"…환자 피해 가중

중앙일보

입력

전국 병.의원 폐업 돌입 이틀째인 21일 응급환자들이 진료를 거부당하거나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병세가 악화되는 사례가 빈발, 진료공백에 따른 환자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전모(51.여.경기도 군포시 금정동) 씨는 20일 오전 6시께 집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다 허리를 다쳐 거동이 힘든 지경이었지만 병원들로부터 진료를 거부당하다 사고 발생 31시간이 지난 21일 오후 1시께 서울 국립의료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던 전씨는 사고 발생후 평소 치료를 받던 안양 J병원에 이어 평촌 H병원을 찾아갔다 진료를 거부당하자 서울 종합병원 3∼4곳에 전화로 진료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진료 불가´라는 답변만 듣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전씨의 딸 최모(28.여.회사원) 씨는 "어제 저녁 어머니가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며 고통을 호소했으나 치료하는 병원을 찾지 못해 할 수 없이 귀가했다가 오늘에야 119 구급대를 불러 국립의료원으로 호송했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4시께 상가건물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10여m 높이에서 떨어져 척추신경을 심하게 다쳐 전신마비 증세를 보인 이모(60.건설일용직.서울관악구 봉천5동) 씨는 곧바로 경기도 시흥 S병원에 입원해있다 전문의도 없고 건성으로 진료를 하는 것 같아 참다 못해 이날 오후 3시께 국립의료원으로 옮겨왔다.

이씨 며느리 김모(30.여) 씨는 "환자가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지경인데 파업 때문에 당직 의사들이 무성의하게 진료하거나 간호사들이 입원 환자들의 상태를 체크해 휴대폰으로 외부의 의사에게 알려 간접 진료하는 등 제대로 진료하지 않아 수소문끝에 병원을 옮겼다"고 말했다.

한편 임신 30주째인 최모(29.여) 씨는 한밤중에 조산기를 느껴 이날 오전 5시께 한양대 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인공호흡기가 없어 입원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못해 상계 백병원으로 옮겨 진통을 계속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성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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