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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당 “트럼프, 우한연구소가 코로나 발원지라는 증거 내놔라”

중앙일보

입력

미국 민주당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증거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한연구소 발원설’이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의 회피 수단이 돼선 안 된다는 맥락에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에 출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발생했다는 '거대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에 출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발생했다는 '거대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6일(현지시간) 미 민주당 핵심 의원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거대한 증거’를 의회와 공유하라는 요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우한연구소 발원설'을 주장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3일 ABC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나왔다는 ‘거대한 증거(enormous signs)’가 있다고 밝힌 것을 겨냥해서다.

트럼프, 자신의 잘못 덮으려 중국 희생양 지적도 #미 전문가 "마치 2003년 이라크 침공 때 같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검토해온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우한연구소 발원설’을 비판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와 연구소를 연결할 수 있는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폴리티코는 외교위원회 보좌관을 인용해 민주당 소속 엘리엣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과 호아킨 카스트로 부위원장이 미 국무부에 우한 연구소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국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을 이끌며 '트럼프 저격수'로 불렸다.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을 이끌며 '트럼프 저격수'로 불렸다. [AP=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도 4일 미국 MSNBC 방송에 나와 “(폼페이오와 트럼프가) 거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아직 의회와 공유하지 않았다”며 “최신 정보를 보고받고 있지만, 그들이 어디서 증거를 얻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들이 정보를 숨기는 것이라면 (정보를) 숨김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중국에) 책임 전가" 

민주당은 코로나19 사태 때 중국의 잘못된 대처를 비판하면서도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 전가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미 하원 외교위 소속 한 보좌관은 “코로나19 위기에 있어 중국의 대응을 옹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책임을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이 증거를 갖고 있다면 '체리 피킹'(cherry picking·유리한 증거만 선택하는 행위)을 멈추고 의회와 국민에게 전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 머피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때 허둥거린 대응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은 (책임을 전가하기에) 굉장히 편리한 희생양이다”고 말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때와 유사’ 

조지 W 부시(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아버지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 [AP=연합뉴스]

조지 W 부시(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아버지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 [A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우한연구소 발원설’이 2003년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상황과 유사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당시 조지 W.부시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해 감추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라크를 침공했다. 하지만 결국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일런 골든버그 신미국안보센터 중동 보안프로그램 담당자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미국의 여론을 교묘하게 만들어가려는 것 같다”며 “부시 행정부가 사담 후세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것처럼 폼페이오도 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美 행정부 내에서도 이견 

미 행정부 내에서도 ‘우한연구소 발원설’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5일 브리핑에서 “바이러스가 우한연구소에서 나온 건지, 수산 시장에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온 건지 알지 못한다”며 ‘우한연구소 발원설’을 일축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AP=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AP=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적 증거들로 볼 때 바이러스는 자연적으로 진화했으며 실험실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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